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4일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날 오전 8시10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했다.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8시40분 시작했다.
수능 시험장 앞은 고3과 ‘N수생’ 들을 응원하러 나온 후배들과 수험생들을 들여보내는 부모들로 붐볐다. 예전과 달리 큰 목소리를 내며 응원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후배들은 조용조용하게 선배들이 선전하기를 기원했다. 코로나19 기간 ‘수능날 응원전’이 없어진 탓에, ‘조용한 응원’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는 이날 오전 7시가 넘어 날이 밝아오자 수험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헤드폰을 쓰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려는 듯 보였다. 한 수험생은 집에 신분증을 놓고 와 부모가 황급히 집으로 갔다가 시험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예년과 달리 이번 수능은 ‘수능 한파’ 없이 치러진다. 서울의 오전 5시 기온은 13.4도였고, 낮 최고기온도 전국이 16~21도로 예보됐다. 수험생들은 선배들이 입었던 패딩 점퍼 대신 후리스나 후드티, 가디건 등을 입고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만난 중앙고 3학년 문상원(19)군은 수시모집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최저등급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문군은 “국어 영역이 가장 떨린다”며 “배운 것만 잘 풀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복고에서 만난 김동관(18)군은 “무사히 시험을 잘 치르려 점심으로 콩나물국을 싸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어머니는 “편하게만 봤으면 좋겠다”며 김군의 등을 두드렸다. 여의도여고 앞에서 만난 박양희(49)씨는 둘째 딸이 수능을 본다면서 “준비를 잘 했으니 잘 하고 올 거다. 본인이 아는 것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포고 앞에서 만난 안모(51)씨는 아들이 대학에 붙었으나 ‘반수’를 선택해서 시험장에 데려다 줬다. 안씨는 “뒤에 아빠가 항상 있으니 염려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서 “아들은 어제 수능이 끝나면 저녁에 축구를 보면서 아빠와 맥주 한 잔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어떤 수험생은 유명 대학교 점퍼(일명 ‘과잠’)를 입고 오기도 했다. 이 수험생은 의대 정원 확대로 올해 대폭 늘어난 ‘N수생’일수도 있지만, 시험을 잘 보라는 의미에서 주변에서 유명 대학 과잠을 선물해준 것일 수도 있다. 중앙대 로고가 새겨져 있는 파란 색 후리스를 입고 온 대동세무고 3학년 조희건(18)군은 “좋은 기운을 받으려 입고 왔다”고 말했다.
수능을 치르지 않는 고3 동갑 연인이 응원하는 모습도 있었다. 김모(18)양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고 앞에서 남자친구에게 오늘 아침 만든 도시락을 건넸다. 김양은 “한 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해 저는 수능을 보지 않는다”면서 “수능이 끝나면 같이 커플티를 사러 쇼핑하고 싶다”고 했다.
수능을 치는 형·누나는 없지만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초등학생도 있었다. 반포고 앞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이윤혁·서유건(12)군은 ‘잘 찍고 잘 풀고 잘 붙어’ ‘파이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군과 서군은 전날 만들어 둔 손팻말이라면서 “주변에 수능을 보는 사람은 없지만, 작년에도 응원을 했는데 재미있어서 올해도 나왔다”면서 “형들 좋은 대학 가”라고 응원했다.
수험생 수송 오토바이 봉사활동을 하는 전국 모터사이클 동호회 ‘모닝캄’ 회원들의 오토바이도 눈에 띄었다. 경복고 인근에서 이송할 수험생을 기다리던 회원 윤석현(66)씨는 25년째 지각한 수험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윤씨는 “역대 수능 날 중 가장 날씨가 좋다”며 “(힘들지만) 고생한 학생들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에 아주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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