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반사되는 거울 같은 유리창에 부딪혀서, 새가 자꾸 죽는 것 같아요.”
송아 씨가 지난 9월 서울시 120콜센터에 신고한 내용이 그랬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건물에서 새가 자꾸 죽는단 거였다. 반복해서 새가 숨지는 사고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가 올해 발견해 신고한 조류 사체만 5~6마리라고 했다. 참새도, 비둘기도, 이 건물 아래서 죽은 채 발견됐단다.
잇따랐으나 막을 수 없던 새의 죽음. 송아 씨는 건물 유리창의 특성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투명한 건물 유리에 하늘이 반사돼, 마치 하늘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새들이 유리창인 줄 모르고 하늘인가 착각해서 거길 향해 날아가다가, 부딪혀서 죽는 것 같다고 말이다.
‘새 충돌’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수년 전부터 취재했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이 2019년부터 새가 유리창에 부딪히지 않도록 애써왔다. 당시 강승남 녹색연합 활동가가 이리 말했었다.
“새들은 천적을 경계하기 위해, 인간과 달리 눈이 머리 측면에 있는데요. 바로 앞의 유리 구조물을 잘 인식하지 못 하는 거예요. 게다가 시속 30~70km로 비행하거든요. 유리창에 부딪히면 달걀 정도 강도인 두개골이 터져 거의 죽는 거지요.”
돌아보면 거의 모든 게 보기 좋게 만든 유리인데 어쩌나. 도시 곳곳이 온통 유리 건물 아닌가. 버스정류장, 학교 방음벽, 도로 방음벽까지.
그리 죽는 새가 얼마나 많을까. 가끔 학교에 가서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물어봤지만 맞추는 이가 거의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이런 대답이 나왔다. “5만 마리요.” “3000마리요.” “10만 마리요.” “7만 마리요.”
“훨씬 더 많아요. 한 해 유리창에 죽는 새의 수가 약 800만 마리라고 해요. 그래서 ‘눈 깜박할 새의 죽음’이라고 불러요.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빈도가, 눈을 깜빡이는 횟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단 거지요.”
그럼 학생들이 ‘헉’ 소리와 함께 놀라곤 했다. 하루에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2만 번. 하루에 죽어가는 새들이 2만 2000여 마리. 황조롱이, 참매, 수리부엉이 같은 멸종위기종까지도 그리 죽어간다고 알렸다. 드넓어 보이던 하늘길마저 인간에 의해 자유롭지 못한 거라고.
이를 막기 위해선 높이 5cm, 폭 10cm 간격으로 유리창에 점을 붙여줘야 한다. 날아오는 새들에게 ‘장애물’이 있단 걸 인식하게 해주는 거였다. “날아와서 죽지마, 여긴 유리창이야”라고 알려주는 거다. 그럼 새들이 93% 확률로 유리창을 피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새 친구’라 불리는 3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5년간 8차례에 걸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놀랍게도 해당 구간에선 새 충돌 사례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6월 11일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공공기관이 새 충돌을 줄일 수 있도록, 공공 구조물을 만들 때, 이 같은 ‘방지 스티커’를 붙이게 한 거였다. 하지만 불이행에 따른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져 참여하는 지자체가 여전히 적다.
또 전체 건물의 70%인 ‘민간 건축물’엔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를 바꾸려면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 건물을 새로 만들 때 ‘새 충돌을 막기 위해 저감 조치가 적용된 유리를 써야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송아 씨가 안타까워했던 서울 양평동 건물 역시 ‘민간 건물’.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청 건축과는, 새가 죽지 않게 해달란 송아 씨의 간절한 요청에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었을까. 답변이 이리 왔다고 했다.
‘해당 민원 사항을 건물 소유자에게 통지하고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하였으니 많은 이해 있으시길 바랍니다.’
‘검토’, ‘협조’, ‘요청’, ‘이해’. 그게 새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 거였다. 아직까지도.
그리고 새들이 계속 죽는 해당 건물 유리창 역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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