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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목소리 경청”…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호소’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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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 이미정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중구=이미정 기자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결정한 날, 긴급하게 마련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결의했다. 

◇ “유상증자 추진 과정 혼란, 죄송”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회사 측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내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지적과 함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불공정거래 의혹을 살피겠다고 엄포를 놨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차입금을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란 계획까지 세웠다면 부정거래에 해당된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6일엔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도 요구했다.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계획을 접고 시장 내 혼란을 부른 점을 사과했다. 이날 최 회장은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논란을 예측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최 회장은 “회사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종료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후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가가 폭등하고 두 차례 공개매수 이후 많이 줄어든 유통물량으로 인해 시장 불안정성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는 깊은 고민과 토론 끝에 지난달 30일 법규와 정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반공모 유증을 결의하고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주주와 일반 투자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모 유증으로 시장에 유통 주식물량을 증대시켜 주주기반을 확대하고, 경영권 분쟁으로 대립되고 집중된 소유구조를 분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보다 많은 주주와 국민들이 회사의 주주가 되는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 유상증자의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공시 이후 시장 내에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 회장은 “이러한 시장 반응과 사정변경은 당초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회사와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며 “이로 인해 초래된 시장 혼란과 주주분들의 우려에 대해서 회사는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최윤범 회장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을 것”… 주주친화정책 발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재 영풍·MBK 연합과 회사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분쟁 중이다. 양측은 각각 공개매수를 진행해 지분 확보 경쟁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지분 격차로 좁힐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유상증자 결정은 그가 내세워온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흔들 정도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계획 철회 결정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시장과 주주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임시주총 또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해 주실 분은 수많은 주주님들”라며 “저와 고려아연은 시장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이며 주주님들을 섬기면서 나아가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최 회장은 이러한 의지를 담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먼저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감 없이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주주 친화와 환원 정책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주주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다.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을 예정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이 적극 반영되도록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포함,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이날 최 회장은 주주들의 목소리에 더욱 기울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과연 경영권 분쟁에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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