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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트럼프 上] ‘미국 우선’ 신고립주의에 ‘한미일 3각 협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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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이 결과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교, 안보, 경제 등에서 그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정세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정리해 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대선 유세를 마친 모습이 유리에 비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대선 유세를 마친 모습이 유리에 비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이달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권교체로 나타나며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가 현 바이든 대통령이 공들인 ‘한미일 3각 협력’ 등 동북아 전략에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현지시각)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대선에서 완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경합주로 분류된 7개 주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선거인단 538명 중 312명을 확보해 226명을 확보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공화당은 대선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상원에서 52석을 확보(민주당 46석)해 4년 만에 다수당이 됐으며 하원 역시 과반 확보가 유력해 보인다. 트럼프 2기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었던 트럼프 1기와 비교해 정책 추진 동력이 강력해진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트럼프가 경제·이민 등 주요 쟁점과 후보자 경쟁력 등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외에 미국의 기존 대외정책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정재용 초빙연구위원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들 전쟁에 투입된 미국의 비용이 점증하면서 대외 문제 개입 자제를 선회하는 유권자들이 증가했다”라며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에 유리한 선거 지형이 조성되는 결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는 선거기간 동안 이들 전쟁의 빠른 종전을 공언해 왔다. 그는 “취임 뒤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 왔으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자신의 당선을 전제로 “내 취임식 전까지 전쟁을 끝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는 사실상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배제·비무장지대 설정 등을 종전 방안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6일(현지시각)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발사할 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6일(현지시각)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발사할 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중국에 대해선 경제·통상 분야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7일 ‘오늘의 세계경제’를 통해 “대중국 관세 인상을 비롯한 대중국 경제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강화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인 ‘투자, 연대, 경쟁’에서 ‘경쟁’ 측면의 일방적 제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중국 견제정책은 지속 추진하며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는 과정에서 동맹국의 협조를 구하는 단계가 생략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의 지속된 갈등이 부담스럽게 여겨진다면 극적인 대화국면이 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인이 ‘톱다운(정상 간 대화)’ 협상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담판이 진행될 수 있다.

바이든정부, 한미일 3각 협력 공들였지만…

이 같은 미국의 대러시아·대중국 외교는 동북아 정세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다시 재편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는 데 공들여 왔다. 한미일은 2022년 6월 4년 9개월 만의 3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초청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을 채택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협력은 우리 국민만을 위해 구축된 파트너십이 아닌, 인도-태평양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히 협의한다. 이런 협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를 동조화하며 대응조치를 조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미일은 연례적으로 정상, 외무장관, 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 협의를 갖기로 했으나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며 이후 행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하나로 구축했다”면서 “누구도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자평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계승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1기 시절부터 전통적인 우방에도 미국의 국익을 앞세워 왔다. EU와는 관세 문제로 통상 마찰을 빚었으며 NATO 동맹국들에 방위비 지출 확대를 압박한 바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가치외교와 달리 트럼프식 신고립주의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8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8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트럼프 2기, 네오콘 배제하고 충성도 높은 인물로 구성할 것”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에는 존 볼턴 등의 네오콘이 참여했지만 2기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립주의 이념과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물로 구성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국제적 위상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해 경제·통상적 압박뿐 아니라 외교·안보적으로도 강경한 대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이와 별개로 대만을 아무 보상 없이 도와줄 수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대만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지급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역시 마찬가지로 미국이 대외적 역할을 축소한 만큼 각자도생을 구상해야 할 것으로 점쳤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의 앞날도 순탄치는 않으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가치외교가 아닌 거래 관계의 실용 외교를 추구한다. 바이든 정부 때보다는 3국 간 유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을 상대하는데 굳이 한국이나 일본의 지원 없이 직접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일부러 깰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덜 중요시하게 여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했다. 홍 연구위원은 “안보상 대북 억지력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한미동맹으로도 충분하다”며 “오히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일본을 안보 협력국으로 묶은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기와는 협상 조건이 달라졌다. 섣불리 대화에 나섰다가 성과가 없을 수 있으니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서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가 진전된다면 러시아가 중재에 나서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전쟁으로 급진전된 북러 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워싱턴의 엘리트들은 미국의 국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국민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거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 “20여 년간 지속된 대테러 전쟁에 대한 내부 불만이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화 흐름이 정작 미국 내에서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양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의 고립주의가 미국의 대외 영향력 약화로 직결될 가능성은 작게 봤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의 리더십을 다 내려놓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국이 다 해결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라며 “트럼프의 발언 하나하나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 같은 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식을 추진하는 이유도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라기보다는 이 상태에서 전쟁을 멈추는 결과가 미국에 불리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러시아도 상당한 역량을 소진했기에 추후 대외 영향력 행사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한미일 삼각 협력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도움이 된다면 버릴 이유가 없다. 한일이 협력해 미국과 함께 안보 구도를 만드는 것은 미국 전략가들이 제일 이상적으로 보는 구상이다. 이를 경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바이든정부는 더 의욕적으로 끌어가려 했다면 트럼프정부는 활용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방국들이 지역 안보 등을 스스로 부담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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