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재학생들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며 지난 11일 시작한 시위가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13일 현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동덕여대 내 대다수의 건물은 재학생들이 점거한 상태다. 이날 캠퍼스는 학생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구호로 덮여 있었고 강의 참석을 위해 온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 측은 정상적인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면 전환했다.
◇캠퍼스에 빨간 색 페인트로 ‘공학 반대’… 설립자 흉상에도 페인트 칠
교내 건물 벽과 바닥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하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스프레이 페인트로 ‘민주동덕’, ‘결사반대’, ‘공학 반대’, ‘학생 안전 무시 마라,’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X뱅이 쳐라’, ‘X먹어라’ 등 욕설도 있다.
1908년 동덕여대의 전신인 동원여자의숙을 설립한 춘강 조동식 선생의 흉상에도 빨간색·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졌다. 계란과 케첩,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범벅이 되기도 했다.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와 포스터도 곳곳에 게시됐다. 정문 초입 주차장은 책걸상이 어지럽게 뒤엉켜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점퍼 시위’에는 숙명여대·성신여대·한양여대 점퍼도
동덕여대 본관부터 르네상스홀까지 길이 113m의 도로에는 학과 이름이 적힌 학교 점퍼가 일렬로 놓였다. 재학생들이 항의하는 의미에서 벗어둔 점퍼다. 사이사이 숙명여대, 성신여대, 한양여대 등 다른 여대 점퍼도 있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인근 남녀공학 대학 점퍼도 있었다.
점퍼 사진을 찍던 고려대학교 유학생 봉문예(19)씨는 “중국에서도 동덕여대 시위가 큰 이슈”라며 “소셜미디어로 이번 일을 접한 후,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예술대학 학생회 “음대 졸업 연주회는 해야…”
현재 본관을 비롯해 캠퍼스 내 대다수의 건물은 재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대면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무처는 지난 12일 입장문에서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강의를) 실시간 화상 수업이나 녹화 강의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면 수업 중단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손보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학생회장은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은 제각각 다를 것”이라며 “수업권이 침해받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의 자료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학과 차원으로 노력 중”이라고 했다. 예술대학 학생회는 입장문에서 “음악 계열 학우들은 졸업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며 “음악관 내부 대자보는 정리하지 않겠으나 출입문 폐쇄는 삼가주길 바란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소통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대면 소통을 요구했으나 계속 묵살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는 입장과 대치된다”고 했다.
반면 동덕여대는 남녀공학 전환은 학교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시위가 끝나면 캠퍼스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청소전문업체 관계자는 본관·백주년기념관·약학관 인근 약 3200㎡ 면적의 화강암 타일·아스팔트 재질 바닥과 건물 벽면에 쓰인 스프레이 페인트 문구를 지우는 데 3000만원 이상 필요하고, 기간은 최소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12월 경복궁 담장 ‘낙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국가유산청이 복구하는 데 총 1억5000여 만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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