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에 도전하는 박장범 후보에게 박민 전 KBS 사장 체제에 대한 평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18~19일 박장범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공영방송 사장, 그 자격을 묻는다’ 긴급 토론회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이훈기 의원 등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공영방송의 장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원 강사는 “정파성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이 갖춰야 할 책무를 수행할 자격이 사장에게 있느냐’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박장범 후보가 제출한 경영계획서와 면접 발언 등에서 박민 전 KBS 사장 체제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박장범 후보의 경영계획서와 면접 과정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이 극심하게 침해됐던 박민 사장 체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전무했다”며 “박민 체제의 독립성, 공정성 침해 기조에 문제가 없으며 이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위원 출신인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도 박민 체제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사실을 두고 “박민 체제에서의 KBS 문제를 박장범 체제에서의 문제로 같이 보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강사도 “박민 전 사장에 대한 평가는 KBS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가지고 있는 KBS에 대한 문제의식이 후보자와 동일한지 확인할 중요한 기회다. 문제의식이 동떨어지는 사장이 후보자가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인사청문회에서의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방위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과정이 단순히 박장범 후보 개인에게만 포커스를 맞춰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박민 사장 체제에서 윤석열의 언론장악에 얼마나 무기력하게 끌려갔는지, 박장범 후보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 없이 본인의 출세를 위해 얼마나 아바타 역할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공천개입 의혹’ 기자회견 시청자 수 MBC가 KBS 50배…신뢰 위기 해소할 사장 필요”
토론회 참석자들은 박민 사장 취임 후 악화된 KBS의 신뢰도 위기를 해결할 인물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 내부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사장이 돼야 한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 녹취가 공개돼 민주당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유튜브 스트리밍 라이브 시청자 수가 MBC는 2만5000명, KBS는 500명이었다”며 “시청자들에 대한 신뢰는 박장범 후보의 ‘조그마한 파우치’ 한마디로 결정난 것 아닌가.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사람은 바로 박장범 후보”라고 말했다.
박민 전 사장 재임 시기 KBS 시청자위원장을 맡았던 최경진 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도 “박장범 후보자가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을 때 시청자위원들은 하나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박장범 앵커를 하차시키라는 게 시청자들 청원의 주요 내용이었지만 KBS는 제작 가이드라인에 맞춰 문제없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답을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 앵커 역할에 실패한 인사가 사장 후보 청문회를 앞두고 공정방송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임 소장도 같은 시기 시청자위원 활동 관련해 “KBS 시청자위원이었을 때 재난주관방송 KBS가 왜 재난에 ‘사회적 재난’은 포함시키지 않느냐고 요구했었다”며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KBS가 보여줬던 태도는 재난주관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박장범 후보에게 이에 대한 대안을 물어야 한다. 정확한 대답을 말하지 않는 이상 사장으로서 자격은 없다”고 말했다.
박장범 후보가 경영자로서의 목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경영계획서에는 기본적 수치나 경영 정보에 대한 목표치가 없다”며 “경영자로서 달성하겠다는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단순한 경영 위기를 넘어 KBS의 비전 및 실행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야 하는데, 박장범 후보자는 박민 전 사장이 추진했던 조직 개편을 계승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며 “경영계획서와 면접 발언 어디를 봐도 정치적 독립 실행 방안에 대한 고민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KBS라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존중 여부에 있어서도 박장범 후보는 사장 면접 때 공정방송위원회, 임명동의제에 대해 물으려는 구성원들을 피해 줄행랑 쳤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왜곡된 인식 가진 박장범, 수신료 문제 실패할 수밖에”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박장범 후보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왜곡된 인과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장범 후보는 경영계획서에서 “부당징계, 직장 내 괴롭힘에 준하는 노동 행위로 인해 KBS 일터는 황폐해졌다. 이에 대한 국민의 질책은 매서웠다”며 “국민 대다수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으며 그 결과 현실화된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를 사상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이 전문위원은 “실제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는 갑자기 대통령실이 ‘국민토론’으로 만들었고, 국민적 조세 저항 심리를 악용해 분리징수를 시행했다”며 “박민 사장 취임 후 제작자율성이 침해됐고 경영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그래서 작금의 KBS 위기가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KBS의 정치적 독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징수 대상 확보 전략의 현실성과는 무관하게 수신료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면접 당시 수신료 안정화를 위해 “휴대전화에 TV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려 한다” “재난방송과도 관련돼 있는 사안”이라고 말한 부분도 지적됐다. 정진임 소장은 “재난방송은 보편성이 중요하다. 전 국민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면 재난방송을 스마트폰 수신으로 연결하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라며 “재난방송과 비용을 같이 연결하는 발상이야말로 인권적 문제다. 이런 위험한 발상이 사장의 경영계획에 나온다는 것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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