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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고 생중계 겁내는 좀생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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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겁박이 나를 무죄로 하리라

잔기술들로 법망 뚫을 수 있을까

판사들 양심과 독립성 지켜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행 가운데 하나는 편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개딸들을 비롯하여 죽자 사자 떠받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마음이 하늘에 닿아 있다. 한 번 하늘에 오른 마음은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잔기술(이건 김의겸 전 의원의 표현이다)이 많은 것도 그에게는 문제다. 이 잔기술은 특히 법의 족쇄를 피하거나 푸는데 특화돼 있는 인상을 준다.

쿠바의 피델카스트로는 1953년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 타도를 목표로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법정에서 그는 “나에게 유죄를 선고하라.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고 했었다. 이 대표는 ‘역사’의 심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재판정에서의 무죄 선고를 받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듯하다.

“나의 군중이 나를 무죄로 하리라.”

판사 겁박이 나를 무죄로 하리라

다만 카스트로만큼 자신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잔기술을 너무 많이 구사하는 바람에 당당함은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인다. 자신의 옳음을 믿고 자신의 무죄를 확신한다면 “나에게 유죄를 선고하라”고 외칠법한데 행동은 그 반대다. 종류 가리지 않고 온갖 잔기술을 시전하는데 그 처절함이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도덕성(인간적인 면모는 잘 모르니 정치적인 면에서만 국한해서 말하고자한다)에 대한 무감각 역시 장기적으로 불행의 조건이 된다. 얼마나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그 후엔 공허하고 황폐한 삶이 기다릴 것이다. 하긴 도덕적 자괴감에 시달릴 사람이라면 진작 상궤를 일탈하지 않았을 테지만….

“증자(曾子)가 말했다. ‘열 눈이 보는 바,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 그 삼엄함이여!’”(대학 전문傳文)

세상의 평판은 무서운 채찍이다. 상식을 중히 여기며 사는 일상인들로 하여금 도덕률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와 그 핵심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정치도의라는 것을 아예 잊어버렸는가, 아니면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가.

이 대표가 왜 ‘그까짓 5년 짜리 정권(대통령)’(그 자신의 표현)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군중의 환호가 갖는 중독성 때문인가? 아니면 권력의 맛에,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린 탓인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않는 게 좋다. 주군(主君) 지키기 반만이라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지 않은가.

이제 이틀 후면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나온다. 그 바로 전날 그의 부인이 먼저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받는다. 2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1심이지만 민주당은 사생결단의 태세다. 이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되면 2심, 3심도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승부를 보자는 것이다.

잔기술들로 법망 뚫을 수 있을까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지난달 8일부터 주도해온 ‘이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판결 촉구라니? 공공연한 협박 아닌가)이 11일 목표치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조직은 선고일인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그들대로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검찰개혁을 위한 서명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SNS에 인증 샷을 올리는 모습들이 기가 막힌다. 덩치만 커다란 유치원 아이들을 보는 기분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10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 광주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민주당 주도의 장외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과 9일 서울역-숭례문 일대에서 벌인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재미를 붙였는지 16일에도, 또 그다음 주에도 이어가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제 공공연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 빨리 밀어낸 다음 대선을 실시하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사법리스크도 아주 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짐작 된다(‘박근혜 탄핵’의 저주는 앞으로도 오래 정치과정을 왜곡시키고 대의민주정치의 기반을 훼손할 것이다).

이처럼 힘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 국민의힘 측의 1심 선고재판 생중계 요구에 대해서는 일제히 함구다. ‘망신주기’를 위한 주장이라는 것인데 김명수 대법원이 ‘재판 생중계’ 허용 내규를 만든 게 바로 ‘망신주기’용이었음을 민주당이 시인하는 것인가?

헌법재판소가 먼저 박근혜 탄핵심판 결정 선고 때 생중계를 허용했다(‘허용’이 아니라 ‘과시’였겠지만).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긴 결정문을 낭독한 뒤 그 한 마디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 대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에 ‘외환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바 없는, 잔여임기 1년도 채 안 남긴 현직 대통령은 그렇게 밀려났다. 이어진 형사 재판도 1심 판결 땐 생중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또한 그 예를 따랐다. 그것이 망신주기였는지, 문 정권의 힘 과시였는지는 그 때의 담당자들이 답하라.

판사들 양심과 독립성 지켜내야

민주당 이 대표는 생중계를 신청하거나 동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생중계는 가능하다. 압도적 거대야당 대표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범법행위를 하고도 출마를 강행했는지, 그런 후보를 위해 국가가 434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지원했는지가 판가름 나는 선고다. 공익의 측면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재판이 또 있을까?

법원과 판사를 압박하고 협박하는 일에는 그처럼 열심이면서 판결 장면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일은 꺼린다면 이는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떳떳하다면 오히려 이 대표가 “생중계를 통해 만천하에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알려야 한다”고 소리 지를 만한 일 아니겠는가(이 대표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담당 재판부는 입법 권력에 의한 사법부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판사들이 자신의 이념성향에 구애받는 것 또한 법관으로서의 책무와 양심을 파는 것이 된다. 3권 분립 체제에서 국가권력의 한 축이 다른 한 축을 집단의 힘으로 지배하는 상황은 민주주의 기반의 붕괴다. 그건 자유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하는 민주공화국의 와해나 다를 바 없다.

이 대표는 좀생이처럼 온갖 해괴한 잔기술을 구사하여 법망을 뚫고 탈출하겠다고 시도할 게 아니라 당당히 (사법적인) ‘옳고 그름’을 판단 받겠다는 자세로 임할 일이다. 무리의 힘을 배경으로 국가의 정상기능을 마비시키려 할 경우 언젠가는 대중의 불신과 응징이라는 부메랑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사법적 징벌(만약 죄가 있다면)을 피하기 위해 특검, 탄핵소추, 집단시위, 서명운동, 인증 샷 등 얕은꾀로 법원을 겁박할 생각 따위는 버리고 직접 진두에 나와서 외쳐야 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나 이재명도 그 만인 중의 한 사람이다. 나를 위한 재판이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는 재판을 해 달라.”

좀비의 표정을 하고 그의 뒤에 병풍신세가 되어 둘러선 충신(?)들도 제발 자신의 얼굴을 되찾기를 바란다. 이 대표와 생사를 같이할 생각이 아니라면!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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