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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바이든 지우기’에서 기회요인 찾아야[함께 읽는 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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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책 대대적인 변화 불가피

대중국 압박 속 기회요인 적극 활용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정책은 후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바이든 정부가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산업정책은 자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아직 건설되지 않은 공장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민생문제가 표심을 움직였다. 바이든이 시작한 산업정책이 효과를 보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든이 시작한 투자의 효과는 트럼프 2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바이든의 천문학적인 투자는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에 새로운 공장과 일자리를 가져오고, 이 성과는 미래에 트럼프의 업적으로 남는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바이든의 산업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 대상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트럼프는 IRA를 부분적으로 폐지하고, 집행 전인 자금의 투자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친환경 차량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국 업계가 EV에서 멀어질수록 외국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시도는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왜냐하면 IRA의 많은 투자 혜택이 공화당 주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 법안은 반도체 업체가 미국 내에 제조설비를 만들 때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반도체산업에 대한 미국 내 투자는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이다. 투자의 우선순위와 자금 배분이 일부 조정되겠지만 법안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또한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대만의 위태로운 지정학 문제는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트럼프가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압박할수록 우리 업계에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된다면 우리 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높아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통제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예정이므로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한편 트럼프는 미국을 에너지 강대국으로 만들고 외국의 연료로부터 독립시키려 한다. 특히 그의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 확대 및 재생에너지 축소로 특징지어진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탐사, 개발 및 운송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에너지 비용을 줄여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2023년 AI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AI 업체들의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는 중단이 예상된다. 한편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우주비행, 로봇,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2기 산업정책의 키워드는 바이든 정책 지우기다. IRA와 CHIPs법,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 등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업계가 미국 현지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온 것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와 통제 조치는 우리 업계에 기회요인이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

글/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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