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전 통일부장관(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조만간 구성될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해 ‘경쟁에 규칙이 없고, 이익 추구에 규범이 없는 혼돈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를 헤쳐 나갈 방안으로 신중하고 유연한 사고가 반영된 베트남식 대나무 외교를 제시했다.
경기시민포럼이 11일 경기도여성비전센터 강당에서 연 ‘미국 대선 결과와 한반도 평화’ 강좌에 강사로 참여한 김 이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위험성에 대해 ▲외교를 비용·거래로 접근하는 점 ▲하향식 정책 결정 구조 ▲부동산 비즈니스 사고를 꼽았다.
김 전 장관은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세금을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각자가 안보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전통적인 동맹의 논리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동맹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현재 국채 이자가 한 해 국방비보다 더 많이 든다.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심한 상황에서 부자감세 등 조세 정책 변화는 재정적자를 가속할 것”이라며 “중국 관세 60% , 유럽 10% 상향 등을 예고하는 등 경제가 아닌 정치 논리가 반영된 보호무역 형태를 지속하고 한국에게도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식 거래를 기본적으로 불공정거래라고 규정했다.
김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막연한 기대를 경계하라”면서 “유연한 균형(중간이 아니라 치우치지 않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글들을 보면 막연한 기대가 많은 데 걸러서 봐야 한다”며 “지금은 혼돈의 시대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나무는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과거의 익숙한 방향이 아니라, 혼돈의 시대를 헤쳐갈 유연한 균형을 준비할 때”라고 했다.
이번 포럼은 경기시민연구소 울림(이사장 장성근)과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공동대표 송성영), 경기평화교육센터(대표·양훈도 박사) 등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경기시민포럼이 마련한 첫 강좌이다. 우리 사회의 담론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포럼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다음 포럼은 내년 1월에 열린다.
/글·사진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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