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늘봄학교,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체계 일원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등 교육 개혁을 위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배제 원칙은 현장에 안착했고 사교육 카르텔 척결에도 힘을 쏟는 등 공정 수능을 위한 입시 개혁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당 개혁들이 모두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하에 추진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가 3년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해 보다 정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의료 개혁 여파로 동맹휴업 중인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지속되고 있는 학사 운영 파행도 풀어야 과제로 꼽힌다.
|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늘봄학교·유보통합 등 9대 교육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정책은 늘봄학교다. 올해 2학기 전체 초등학교 6185곳과 특수학교 178곳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초교 2학년까지, 2026년에는 초교 1~6학년 전체로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정책 수요자의 지지도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학부모 만족도는 올해 상반기 시범 운영 때 80% 이상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교육 개혁은 본궤도에 올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도 늘봄학교가 현장에 안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보통합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유보통합 모델 학교 100곳이 시범 운영 중이며 사업 성공의 핵심 키인 재원 확보 방안도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맞춤형 교육 제공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추진 중인 AI 디지털 교과서도 예정대로 내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교육 효과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2026년 이후 교과목 조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속도 조절을 시사한 셈이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대학 개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말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8년 제정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협치와 초당적 협력을 위해 여야 의원 30명도 공동 발의에 동참했다. 고등교육법 개정 중점 사항은 △학교의 자율성 강화 △학교 체제 전면 개편을 통한 학교의 지평 확대 △학교의 역할 강화 및 학생 등 지원 확대 △상시 규제 발굴 체제 구축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 패러다임 마련 등 다섯 가지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교육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교육 개혁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경감 등 정부가 의도한 정책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세종시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교육 양극화 타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 부담을 낮추는 게 핵심”이라며 “(영유아·초중고교·대학 교육 등) 3대 교육 개혁을 마무리 짓고 교육 개혁이 꽃을 피운다면 사교육도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 개혁만으로는 사교육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3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 원으로 전년(26조 원) 대비 4.5% 증가했다. 사교육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 6월 킬러 문항 배제, 사교육 카르텔 근절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교육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구조적 문제인 치열한 입시 경쟁이 지속되는 한 사교육 근절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사교육 문제는 교육의 개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양극화된 사회구조의 개혁과 더불어 학력·학벌 중심 사회에 대한 국민 의식 변화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개혁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의대 파행 운영이 정상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으로 의대생 복귀를 전망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