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비공식 활동을 육영수 여사에 비교하고, 대미관계 관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 인맥을 통해 ‘케미가 맞을 것’이라는 전언을 소개한 것을 두고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직무대행이 이상하고 당혹스럽다고 쓴소리했다.
장인철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직대는 12일자 ‘장인철 칼럼’ 「윤 대통령의 ‘왠지 이상한’ 인식과 대응」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을 들어 “윤 대통령이 종종 드러내는 다소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인식과 행동들을 접하다 보면, 그로부터 비롯되는 당혹감이 부지불식간에 대통령 신뢰를 적잖이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장 논설실장 직대는 ‘검건희 여사 두둔을 위해 고 육영수 여사를 호출한 부분’을 들어 “윤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이 과거 육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했던 ‘청와대 야당’ 역할과 같은 걸로 치부한 점을 두고 장 논설실장 직대는 “둘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며 “육 여사가 베갯머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한 일화는 많지만 국회의원 공천 같은 문제에 함부로 나서지 않았으며, 정치 브로커와 시시콜콜 협의하고 나중에 그게 폭로돼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린 적은 더더욱 없다”고 반박했다.
장 논설실장 직대는 “상식적으로도 금방 알 수 있는 큰 차이를 무시한 채 둘을 ‘대통령에 대해 아내로서 한 조언’이라고 같은 것처럼 얼버무리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논설실장 직대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와 우정을 어떻게 다져나가고, 양국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양국이 추구하는 가치는 같고,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을 것이며, 동맹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답변을 하리라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상원의원, 주지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이름까지 거명하고 그런 사람들이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케미’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고 답했고, “그런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다리를 잘 놔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묶어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러니까 별문제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고도 했다.
장 논설실장 직대는 “대통령의 공식발언으론 적절치 않은 것 아닌가 하는 답변”이라며 “어느 정도 케미가 절실하다고는 해도, 그런 답변은 마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 사람 저 사람 다리를 놔야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친해질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려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윤 대통령의 답변이 그대로 실려 각국 정상들이 보게 된다면 어떨까 싶다”고 우려했다.
장 논설실장 직대는 “김 여사 문제를 ‘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조언’으로 애써 인식하는 대목에선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것 같고, 트럼프와의 우정에 관한 답변에선 공식(formal)과 비공식(informal)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도, 어딘가 이상하고 어긋난 것들의 누적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뢰 훼손에 적잖이 작용한 게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영선이 좀 해 줘라’는 자신의 육성이 폭로된 것을 두고 당당히 “의견개진”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을 분석한 칼럼도 나왔다. 이영미 국민일보 영상센터장은 ‘돋을새김’ 칼럼 「검찰시대의 마지막 풍경」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40분 담화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번에는 8년 전 탄핵과 다르겠구나 절감했다고 썼다. 이 센터장은 “대통령 말 속에 담긴 분노와 적의가 많은 걸 말해줬다”며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했다. 방향도 정했고 반격의 발판도 마련했다”고 해석했다.
이 센터장은 “검찰이 이렇게 숨죽인 사이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밝혔다”며 “녹취에 나온 자신의 발언(‘김영선이 좀 해줘라’)은 외압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허용되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를 두고 “전직 검찰총장의 생중계 수사 지휘”로 규정한 뒤 “후배 검사들이 못 알아들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의 몰락은 곧 검찰의 몰락이 될 거라는 불안감, 검찰 조직의 생사가 대통령 운명에 달렸다는 절박한 동지의식, 거기서 나오는 검찰의 충성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대통령”이라며 “검사는 처벌할 뿐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념. 물증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통령 배포에서는 굳건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이어 “이들이 공유한 신념체계만이, 전직 검사가 자신이 단죄한 바로 그 범죄로 의심받을 게 뻔한 언행을 거침없이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센터장은 “대통령과 배우자, 그들 주위의 이상한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며 “감시받은 적 없는 작은 권력은 큰 권력을 쥐고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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