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고려아연이 58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회사 ‘이그니오 홀딩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전히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그니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포함하면 인수가는 매출의 약 9배로 적정한 수준”이라는 고려아연의 입장과는 달리 “고려아연의 인수 이후 이그니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1일 국내 한 언론은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의 인수 이후 트레이딩 매출이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새로 설립한 전자폐기물 파쇄 업체 EvTerra 및 프랑스 제련시설인 이그니오 프랑스의 매출이 이를 대체했다”며 “실제 ‘23년 상반기 이그니오의 매출 2727만 달러(약 374억 원)의 100%는 비철금속 제련 원재료를 생산한 자원순환 사업을 통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5800억 원을 들여 이그니오를 인수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의 재무 현황에 대해 최초 지분 인수 당시인 그해 7월에는 21년 말 기준(잠정실적) 자본 총계 약 110억 원, 매출액 약 637억 원으로 공시했으나, 잔여 지분 완료 시점인 그해 11월에는 21년 결산 후 재무자료상 자본 총계 -19억 원, 매출액 29억 원으로 공시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서로 다른 ‘2021년 이그니오의 재무현황’이 공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그니오에 대한 감사보고서상 2021년 매출의 경우 2021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의 3개월 기간으로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니오는 2021년 2월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인 2021년 9월 30일 이전의 매출액에 대하여 전혀 공식적인 설명이 없다.
또한 이그니오의 2021년 감사보고서상 2021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19억 원이 맞는 것이므로 고려아연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1년을 기준으로 산정한 매출액(3개월 매출액 29억 원에서 단순 곱하기 4로 해도) 대비 50배 이상 수준의 고가에 인수했다는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의 인수 당시 가치평가·실사 담당자·업무 지시 계통이 어떻게 작동된 것이지 의문이 발생된다.
계열사 이그니오를 포함한 페달포인트의 연결 기준 매출과 손실을 확인해보면 공시된 22년 말 페달포인트의 매출은 329억 원인데 당기순손실이 282억 원, 23년 말에는 809억 원 매출에 당기순손실이 530억 원에 달한다. 매출 대비 과도한 손실이 나고 있다.
고려아연이 올해 초 인수한 미국의 고철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 메탈’의 인수 규모와 비교해보면, 고려아연은 올해 4월 미국의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캐터맨의 지분 100%를 5500만 달러(74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고려아연의 공시에 따르면 캐터맨의 매출액은 1조6561억 원, 당기순이익은 36억 원이었다.
매출 1조 6561억 원 규모의 ‘캐터맨 메탈’의 인수가는 740억원이며,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포함한 다 해도 매출 600억 원대의 ‘이그니오’의 인수가는 5800억원이다.
캐터맨의 매출 대비 순익비율은 0.22%로 상당히 이익이 적게 난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캐터맨이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지고 있던 부채 2억 달러(2700억 원)도 지급보증 형식으로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들은 “인수한 2개 회사의 재무상황을 봐도 이그니오의 인수가격은 이해가 안되고, 이그니오와 캐터맨의 매출이 각각 따로 집계되지 않고 페달포인트의 매출에 포함돼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외부에선 각 인수회사들의 세부항목에 대해서 알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에 “증설과 순환체계 구축으로 동 제련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동 생산량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가에 인수한 ‘이그니오’는 트레이딩 매출과 자본잠식 상태이며, 2700억원의 지급보증을 안고 인수한 ‘캐터맨 메탈’은 주로 동 보다는 알루미늄.니켈 등을 트레이딩하는 회사다. 동 제련 경쟁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인다.
IB·M&A관계자들은 “‘이그니오’의 고가인수 논란에 마진율 낮고 트레이딩 사업위주인 ‘캐터맨 메탈’의 인수시 평가보고서, 실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그니오 인수대금 5800억 원 중 미래 투자를 위한 신주대금 2000억 원이 어떻게 쓰여졌으며, 구주인수대금 3800억 원은 주주들에게 어떤 조건으로 지급됐는지, 그리고 정확한 거래 근거와 의사결정과정은 무엇인지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최근의 공개매수 이후 곧바로 이어진 유상증자 사태로 기관, 관계자, 주주들이 당황해하고 있고 금융당국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려아연의 경영진들은 ‘이그니오’와 ‘캐터맨 메탈’의 인수관련해서 보고서 및 의사 집행된 과정을 투명하게 주주들에게 공개해서, 고려아연을 부끄럽지 않는 세계 1류의 기업으로 다시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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