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인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를 ‘27 이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BMI는 몸무게(kg)를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그동안 BMI 25를 넘기면 비만이라고 판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손모(40)씨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BMI가 26으로 측정되면서 ‘비만입니다. 살을 빼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앞으로 BMI 수치를 상향 조정한다면 비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33)씨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근육 비중이 높다면 괜찮지 않으냐”며 “BMI 25가 넘는다고 무조건 비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직장인 노모(26)씨도 “과거와 달리 영양 섭취가 달라졌으니, 비만 기준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서태평양 지역 기준을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판단했다. BMI 18.5 미만은 저체중, 18.5~22.9는 정상, 23~24.9는 비만 전 단계로 각각 분류해왔다. 인터넷 건강 관리 관련 사이트에서 키 175㎝, 체중 77㎏인 남성이 BMI를 조회하면 25.14로 ‘비만입니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는다. 만약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높이면 체중 83㎏부터 비만으로 간주된다. 6㎏의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BMI 25 이상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기준이다. 미국 등에서는 BMI 30부터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시아인은 체중이 적어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잘 걸려 비만 기준을 낮게 잡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BMI 28 이상을 비만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남성 BMI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한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도 BMI 25 구간을 비만 기준으로 규정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2~2023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최대 847만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비만’에 해당하는 BMI 25 구간에서 오히려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선미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 성인의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고려할 때 비만 기준을 최소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비만인지 따지는 데 BMI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허리 둘레나 다른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모두가 비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비만 환자가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의료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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