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깊어졌고, 눈물은 메말랐다. 그리고 상처는 더 벌어졌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살아간다는 것은 곧 고통이자 죄악이다.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 팔당호 특별대책지역(1권역)까지… 겹겹의 물 환경 규제로 반세기를 잇댄 그곳은 기름진 삶조차 서걱대게 하는 피폐의 터다. 벌어 먹고살고자 몸을 간 생애에 범법자의 길이 도사리는 공간이다. 인천일보는 주민 4명 중 한 명 꼴로 전과자 딱지가 붙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얘기를 3차례에 걸쳐 풀어본다.
(상) 출구 없는 피폐의 땅
조안면 진중리 북한강로 수변 생태공원 ‘물의정원’ 길가에 있는 미혼인 딸(36)의 편의점서 일을 돕는 황선남(72) 씨는 문밖 마당에 서면 ‘턱’하고 숨이 막힌다. 7년 전 나이 스물여섯에 세상을 등진 장손 아들 승우와 그의 마지막 희망이던 노점 포장마차가 어른거려서다.
이태 전 마석에서 이사 온 황 씨는 2014년 지금의 편의점 건물에 막국숫집을 차렸다. 7년 뒤 건물과 함께 되돌려 주는 조건으로 지인의 터 위에 3억5천만 원을 들여 165㎡ 크기의 단층 건물을 달아냈다. 아내와 딸, 아들 온 가족이 2년 동안 매달렸고, 가게는 어엿이 자리를 잡았다. 주말 매상 400만 원은 가뿐했다.
아들 승우는 전문가를 주방장으로 모셔와 1년 반 동안 막국수 요리기술을 배웠다. 가업으로 삼을 요량이었다.
2016년 10월 남양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안 불법 음식점 70곳을 적발했다. 사건은 경찰서에서 의정부지청으로 넘어가면서 커졌다.
조안면 음식점 100여 곳 중 상수원보호구역 지정(1975년 7월 9일) 전에 허가 난 15곳을 뺀 나머지 85곳은 모두 불법이었다.
황 씨도 이듬해 2월 벌금 3000만 원을 받고 막국숫집을 닫았다. 불법 건물에 물린 이행강제금 3690만 원은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냈다.
승우는 카드빚을 내서 마당에 차린 노점 포장마차에서 핫도그와 소시지를 구워 팔았다. 3개월 남짓 장사했을까? 한강유역청의 단속에 걸려 이마저도 접었다. 희망은 사라지고 남은 건 빚뿐, 그해 7월 30일 승우는 막국숫집 주차장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 죽어도 죽어야죠.” 이혼남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황 씨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다.
전직 시의원이었던 능내1리 조광식(70) 이장은 부인과 함께 식품위생법 등으로 벌금 30차례나 물었다. 1953년에 지은 선천의 집을 무단 증·개축해 2005년부터 매운탕과 장어구이 가게를 운영한 탓이다. 단속에 걸린 조 이장은 2017년 1월 구속기소 돼 6개월간 수감생활도 했다. 항소심에서 간신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나왔다.
“진중리에서 장어 음식점을 하던 한 일가족은 50여 차례나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며 “이런 가족이 한두 집이 아니다”라고 조 이장은 귀띔했다.
조안면 인구는 지난달 기준 3804명이다. 이중 식품위생법·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수도법 위반, 하물며 범인도피 교사까지 범법자가 880여 명이다. 주민 23%가 전과자인 셈이다.
조안면(면적 50.70㎢) 전체가 팔당호특별대책지역1권역이다. 상수원보호구역도 83.6%(42.38㎢)다. 수변구역은 남양주시 전체(8.09㎢)의 20.8%(1.68㎢)다.
조안면에서는 그 흔한 자장면도 먹을 수 없다. 학교 앞에는 문방구도 없다. 병·의원은 제쳐놓고라도 약국조차 없다. 음식점이라고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빠진 삼봉리와 시우리(44곳) 뺀 조안면 11개 리에 58곳이 전부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박현기 기자 jcnews809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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