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이번 미국 대선이 ‘최초의 팟캐스트 선거’였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 비판적인 기성 언론 출연을 거부하며 코미디·토크 위주의 팟캐스트를 주로 출연했는데 선거 전략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미디어연구 교육기관 포인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첫 ‘팟캐스트 선거’ 이후, 향후 선거에서도 계속 중요한 역할 할 듯」 기사에서 “분석가들의 선거 결과 분석 중 하나 확실한 건 팟캐스트 출연이 대선 캠페인 전략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라며 언론인·비평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기성 언론과 지속적으로 대립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다 팟캐스트 출연이 잦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스포티파이 기준 상위 5개 팟캐스트 중 3개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해리스 후보는 하나에 출연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을 앞두고 최소 13회 이상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정치·시사 팟캐스트보다 코미디·토크 팟캐스트에 치중했다. 아리엘 샤피로 기자는 “후보자들이 어떤 팟캐스트에 출연하는지를 사람들이 주목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부분이 코미디·토크쇼이기 때문에 선거 관련 콘텐츠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ABC뉴스 TV 토론에 나갔다가 해리스 후보에 ‘판정패’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민자들이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 등 트럼프 후보의 주장 일부가 사회자로부터 반박당했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등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성 언론보다 팟캐스트 출연이 트럼프 당선인에겐 수월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다.
포인터는 “팟캐스트 인터뷰는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후보자의 견해에 공감하는 팟캐스트 진행자는 전통적인 언론인보다 반발(pushback)을 덜 할 것”이라며 “몇 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청취자 입장에선 후보자를 ‘정말 잘 알게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마틴 스피넬리 서식스대 교수는 “이어버드를 사용해 듣는 팟캐스트는 다른 미디어에선 얻을 수 없을 수준의 친밀감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미 미국에서 팟캐스트는 주요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 나온 에디슨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팟캐스트를 듣는다. 스피넬리 교수는 “앞으로 선거 캠페인에서 후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팟캐스트를 소홀하게 여기는 건 실수”라고 했다.
[관련 기사 : 트럼프의 승리, 언론의 패배…‘레거시 미디어’는 죽었다?]
이는 동시에 기성 언론의 영향력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폴 파히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더 이상 ‘언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NBC, CBS가 언론인가. 아니면 토크 라디오, 팟캐스트, 틱톡, 소셜미디어가 언론인가. 모두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날의 뉴스와 대중 인식에 기여한다”고 했다. 에릭 데건스 NPR 미디어 비평가는 “저널리즘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제대로 보도해도 믿지 않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한 역학관계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닐지 우려한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