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과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야당과 전공의, 대한의사협회 등이 불참한 가운데 11일 공식 출범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들이 2025년 의대 증원 철회 등 7대 요구 사항을 여전히 고수하는 등 첨예한 이슈들이 적지 않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사태 핵심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의체 결정이 의료계 대표성을 반영하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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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체는 연말까지 주 2회씩 회의를 열어 사직 전공의 복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등 의료계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올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정치권이 처음으로 참여한 협의체라는 점에서 성과를 도출해낼지 관심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의정 갈등이 촉발된 후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민 앞에 마주 앉게 됐다”며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밝혔다.
올 9월 한 대표가 제안한 협의체는 이날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일부 의사 단체 참여로 가동됐다. 의료계는 이날 회의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 후 내년 3월 입대해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우려와 의평원 자율성 보장에 대한 요구를 전달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 달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의 주요 쟁점인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의제 제한은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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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사안 모두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사직 전공의 복귀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다룰지 여부를 놓고 부딪힐 공산이 크다. 수능시험이 불과 이틀 앞이라 정시모집 인원도 사실상 정해진 상태에서 논의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내년 의대 정원은 정부가 추진한 대로 됐다”고 말하는 등 정부 입장도 그대로다.
의평원 자율성 보장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대한 규정’ 개정안이 타깃이다. 미인증 처분 기관에 1년간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로, 12월 의평원이 증원한 의대들에 무더기로 미인증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시행령 개정안이 의학교육 평가·인증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 의료계가 논의를 요구한 의사 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 의대생 교육 및 전공의 수련 기관 자율성 존중, 의료개혁특위 전면 개편 등도 앞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은 전공의 등 의료계 요구사항이면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과제지만, 의료개혁특위 전면 개편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 개혁 논의의 전면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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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리고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공의 등 주요 단체 참여와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공의와 의대 교수가 빠진 협의체에 대해 국민과 의사들 사이에서 실효성 비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키인 전공의도 여전히 협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며 “전공의·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 대표를 향해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라”며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고 지적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정부가 철회하지 않는 이상 여야의정협의체 등 정부와 대화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날 임현택 회장을 탄핵한데 이어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설 의협 입장에서도 협의체 참여 여부는 전공의들과 원만한 협의를 거쳐 정리해야 할 일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중요한 것은 협의체 참여가 아니라 협의체 결정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찬밥 신세인데 협의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의협 새 지도부와 전공의의 대정부 강경 노선이 오히려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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