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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을 맞은 윤석열 정부 외교 과제는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제를 주도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치 외교’가 ‘미국 우선주의(MAGA)’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중요성을 인식시키면서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 순풍은 선순환 효과를 내며 사도광산 후속조치 등 밀린 숙제가 남은 한일 관계나 최근 복원 조짐이 보이는 한중 관계까지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전문가들은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로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일 3국 협력 체계 구축을 꼽았다. 한중 관계 역시 최근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조치’ 등 온기가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남은 임기는 녹록지 않다.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 등 급변하는 정세를 관리하는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비용’ 청구서에 대응하면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어떻게 부각하는지에 윤석열 정부 하반기 성과가 달렸다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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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고 대외 정책을 마련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이때 한국의 가치 외교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동질성을 새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국의 공통 지점인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중요성과 역할론을 설득해낸다면 한국의 발언권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주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미국과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간 미국이 홀로 짊어지던 ‘세계 경찰’의 역할 일부를 한국이 짊어지는 형태다. 한국이 진영 간 대결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이런 역할론의 명분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경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트럼프 당선인의 청구서에 대응해 한국의 핵 잠재력 강화나 조선산업 협력 등 우리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트럼프 1기’ 일본이 주도권을 가져간 방식과도 유사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트럼프 1기의 인태 전략을 본격화한다면 핵심 파트너는 일본보다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총선에서 치명상을 입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분간 내치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은 더 커졌다. 한미일 공조를 윤 대통령 주도로 이뤄낸다면 수교 60주년을 맞은 일본에 ‘반 잔의 물컵’을 요구하기에도 용이해진다. ‘반 잔의 물컵’론은 대일 외교에서 한국이 먼저 요구 사항을 들어주면 일본이 뒤따르는 입장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 간 1대1 외교를 선호하는 만큼 한미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일본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중 관계도 더 공들일 필요가 있다. 최근 북러 밀착으로 북한과 중국 사이의 불협화음이 노출되며 반작용으로 중국은 한국에 손을 적극적으로 내밀고 있다. 내년 경주에서 한국이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측되는 만큼 미중 정상 사이에서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동맹 강화와 별개로 한중 간 협력할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중국은 북한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한중 관계는 북한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대중 관계에서도 한미 공조는 유용하다. 한미일·북러 대립에서 이웃한 친미국가이자 경제대국인 한국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한미 관계가 두터울 때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사드 사태 이후 지금의 한중 관계가 가장 좋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2기를 맞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 줄 친미 국가가 필요하다”며 “한미 관계의 성과가 중국이나 일본·북한과의 관계에도 모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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