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지진이나 홍수 등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대피를 위한 시설이 있다. ‘임시주거시설’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보통 학교나 마을회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 같은 시설이 정작 관리가 부실하거나, 임시주거시설 지정 기준도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축공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1만5,026개의 임시주거시설이 지정돼 있으나, 발생한 재난에 맞는 임시주거시설의 적합한 지정은 미비하는 지적이 나왔다.
◇ 임시주거시설 지정의 문제점과 현황
임시주거시설은 재난 시 대피 또는 일시 거주를 위한 곳으로 △학교 △마을회관 △경로당 등이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임시주거시설은 전국에 1만5,026개가 지정돼 있다. 문제는 재난 시마다 어느 시설을 개시하고 운영해 주민들에게 대피 및 일시 거주하도록 해야 할지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초기 대응에 많은 기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공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임시주거시설의 약 95.4% 이상은 학교, 관공서 등 공공건축물이다.
‘재해구호법’에선 교육훈련시설·연수시설 내의 숙박 시설 등과 같이 숙박이 가능한 시설을 임시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숙박 시설을 임시주거시설로 지정한 경우는 약 2.9%에 불과하다. 또한, 지정 시 지역 내 공공건축물 현황을 파악하고 시설유형을 고려해 목록화한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시주거시설 중에서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은 약 35.7%에 그쳤다. 그마저도 내진설계가 된 유형은 대부분 학교였으며, 그 외 유형에선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의 비율이 낮았다.
문제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역 임시주거시설을 지정할 때 지역의 재난 이력을 바탕으로 위험 및 취약성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업무 과정에 있어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시주거시설 지정 시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지자체가 지정하고 있다”며 “해당 지침은 기준이 매우 간략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이를 실제로 지정해야 하는 담당자로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정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에 혼란이 있고, 어떤 경우엔 모바일 지도와 같은 비전문 도구를 사용해 해당 지역의 공공건축물을 찾아 리스트를 그대로 보고하는 등 건축물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 없이 지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연면적, 산사태 위험지구 등 파악해야 하는 것은 많지만 무엇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건축공간연구원, 임시주거시설 지정 4단계 개선 방안 제시
이에 건축공간연구원 측은 지역별 적정 임시주거시설 지정을 위한 4단계의 절차를 제시했다. 절차는 △지역 기본현황 검토 △적정 임시주거시설 선정 △임시주거시설 분류 △임시주거시설 시범 활용이다.
첫 번째 단계에선 지역 현황과 재난 관련 이력을 확인해 재난 관련 지역 특성을 진단하고, 지역 내 활용 가능한 공공건축물을 목록화 한다. 임시주거시설 선정단계에선 재난위험 및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수용 규모를 검토해 공공건축물 외에 민간시설의 추가 지정 필요성 및 규모를 파악한다. 임시주거시설 분류 단계에선 기준에 따른 그룹을 설정하고 시설을 분류해 지자체의 최종 지적 목록을 도출한다. 마지막 시범활용 단계에선 주요 발생 재난유형에 따른 행정구역을 설정하고 수용 규모에 따른 지정시설 접근성을 검토해 세부 지역별 실행목록을 도출한다.
건축공간연구원은 강원도 강릉시에 해당 방식을 적용해, 기존에 지정돼 있던 임시주거시설 중 재난위험과 취약지역에 위치한 임시주거시설 30개를 파악했다. 또한, 안전한 지역에 위치한 임시주거시설 219개를 최종 파악해 총 1만656명의 수용인원, 취약인구의 23.9%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파악했다.
이 같은 개선사항이 현장에 잘 적용되기 위해선 지침 또는 가이드가 필요하며, 지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해당 브리프를 작성한 백선경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하천 범람지도나 산사태 위험지도가 각 부처 홈페이지에서 공개되고 있는 만큼 해당 정보가 잘 참고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침과 가이드를 통해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재난 시엔 긴급한 상황에서 시설을 개소해야 하기 때문에 지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 등 검토가 추가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