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심리 결정
노태우 비자금으로 성장?…6공화국 특혜 의혹 전면 부인
최 회장 측 “SK 구성원 명예 실추, 진실 바로 잡을 것”
누명이란 ‘사실이 아닌 일로 이름을 더럽히는 억울한 평판’을 뜻한다.
SK의 명예가 걸린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대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5월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유·무형적 지원이 SK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한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들여다보고 다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2심 판결 직후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 동안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법원까지 재판 결과를 다투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선 명예 회복, 후 재산분할이다.
그의 말대로 SK 구성원들에게 2심 재판부가 남긴 ‘6공 특혜’, ‘지원’ 등의 표현은 곧 그룹 성취의 ‘누명’을 씌우는 것이었고, 다시 씻기 어려운 욕된 ‘낙인(烙印)’과도 같았다. 구성원 중엔 오랜 세월 SK를 위해 헌신해온 자신들의 명예가 짓밟혔다며 억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SK 내부에서 2심 판결에 대해 “돈보다 명예를 회복 받아야 한다”, “선후배 동료들이 SK 성장을 위해 흘린 피와 땀, 노력이 출처가 불분명한 쪽지 사진 한 장으로 부정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2심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SK는 아무리 무거워도 내릴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는, 즉 기업이 존속하는 한 계속 ‘정경유착’의 꼬리표를 등에 붙여야 했다. 이미 2심은 SK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아무리 가사 소송이지만 보편타당한 사실을 왜곡해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는 내용은 곤란한 이유다. SK텔레콤이 그 예다. 2심 재판부는 SK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대해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에는 집안의 인척(노태우 사돈) 관계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SK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한 건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이다. 이후 IMF와 소버린 사태 등 굵직한 부침을 겪은 뒤 투명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면서 그룹이 도약했다는 게 산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생전 SK에 그 어떤 특혜나 지원도 준 게 없다고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 ‘전환기의 대전략’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며 “송언종 체신부 장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실무진들이 청문회에라도 설 각오로 엄정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회고했다.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6공화국의 어떠한 정치적 개입도 없었던 것은 물론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선경이 되레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이다. 2심 판결과는 정반대다.
3심의 주요 쟁점인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지원의 실체도 마찬가지다. 2심 재판부가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SK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본 것에 대해선 이를 전면 부정하는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돈을 줬다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최 회장의 3심은 SK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다. 6공 특혜란 낙인은 최 회장이나 SK 구성원이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운 불명예다.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사회적 낙인과 같은 의미다. 이제 3심을 통해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길 바란다. SK 구성원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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