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있어 외부 충격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이를 세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장치처럼 작동하는 카메라로 차량 하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8일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TS) 첨단자동차 검사연구센터. 노란색 선이 그어진 길을 따라 전기자동차 시뮬레이터가 시동을 걸고 천천히 지나가자 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이 차량 하부를 비추기 시작했다. 차량은 카메라에 맞춰 멈춰서 바퀴를 좌, 우로 돌렸다. 시험장 앞쪽 모니터에는 차량 하부를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보여주는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검사(BMS) 과정 중 하나다. 현재는 공단의 자동차 검사기기인 ‘KADIS’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에 설치된 각종 전자장치와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하부 스캐닝 장비도 추가해 전기차의 배터리를 속살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장비의 설치 비용은 대당 150만원이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차량 점검소에서는 약 50만원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 전국에 612대가 보급돼 있고,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검사 의무화가 시행되는 만큼 보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구입 후 4년, 이후 2년마다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배터리는 의무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내년 2월부터는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가 시행된다. 기존 제작사 자체 인증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지난 8월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마련된 조치다.
TS는 주행 중 배터리 온도를 체크하는 장비도 개발 중이다. 기존 KADIS 장비는 차량 정차 상태에서만 검사할 수 있지만, 새로개발 중인 장비는 주행 중에도 배터리 전압·전류량과 최대·최소 온도 값을 체크할 수 있다. TS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장비를 개발해 시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켰다”며 “장비를 보급한 후 2년간 실증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TS는 자율주행 검사시스템 개발에도 한창이었다. 시뮬레이터에 올라가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는 상태에서 주행을 해봤다. 화물차가 갑자기 나타나자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즉각 작동했다. 급제동 여파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다시 좌석에 탕 부딪혔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한 덕분에 앞으로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AEB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차량은 그대로 화물차와 충돌하게 되지만, 장치가 정상 작동할 경우 차량은 즉각 멈추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급발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시뮬레이션도 진행됐다. TS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 시 차량을 효과적으로 멈출 수 있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EPB는 과거 기계식 사이드 브레이크를 대체한 전자식 버튼으로, 운전대 좌우 하단이나 변속 레버 근처에 있다.
기아차 K5에 탑승해 시속 80㎞로 주행 중 선임연구원이 가속 페달을 계속 밟는 상황에서 운전대 오른쪽에 있는 EPB 버튼을 길게 당겼다. 곧 ‘삐비비빅’ 경고음이 울리며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약 4초 후 완전히 멈춰 섰다. 공단은 EPB가 아닌 기계식 브레이크 차량의 안전 정차법도 추후 연구를 거쳐 소개할 계획이다.
TS는 고령 운수종사자 자격 관리 강화를 위한 운전적성정밀검사 자격 관리 제도 개선을 시행 중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대비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 비중은 2019년 23%에서 2021년 24.3%, 2023년 29.2%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고령 운수종사자 비중도 늘어났고, 그중에서도 택시의 고령자 비중이 45.5%로 가장 높다. 이에 TS는 고령자 첨단안전장치를 부착해 시범 운행 중이다. 페달 블랙박스는 14개 서울택시회사에서 395대에 장착됐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천안의 개인택시 30대, 정읍의 법인 택시 30대가 시범 장착해 운행하고 있다.
정용식 TS 이사장은 “공단은 제작-운행 단계의 전기차 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민·관 협력으로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분야 공공서비스 제공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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