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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면 ‘뉴삼성’ 가능?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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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반도체 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조항을 담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완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기업의 족쇄를 풀어주자는 취지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위기와 맞물려 이같은 정재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삼성전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미국과 일본이 시행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다. 미국은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에 해당하면서 주 684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 연 10만7432달러(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시간 규제에서 예외로 둔다.

일본 역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통해 금융상품 개발·자산 운용·유가증권시장 분석·컨설팅·연구개발(R&D) 등 다섯 가지 업종 근로자 중 근로소득이 연 1075만엔(9750만원) 이상이면 근로시간 및 초과근로수당 등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8월부터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과 박수영, 송석준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반도체 법안을 기초로 통합안을 마련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AI·반도체특별위원장이 6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반도체특위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고동진 국민의힘 AI·반도체특별위원장이 6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반도체특위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반도체 업계는 근로 시간 규제로 연구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 취업규칙에 따르면 반도체 R&D 인력은 1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적용받는다. 매주 52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한 달 평균으로 주52시간 근무를 맞추면 된다.

블룸버그는 앞서 8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 직원들이 종종 새벽 1~2시까지 일하면서 주 7일 근무도 한다고 보도했다. 대만 TSMC 연구개발팀은 하루 24시간 3교대를 통해 릴레이식으로 연구가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류더인 TSMC 전 회장은 2023년 6월 미국 애리조나 공장 직원들의 근로시간 불만과 관련해 “장시간 근무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삼성그룹 조직문화 개선과 계열사 낙하산인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삼성그룹 조직문화 개선과 계열사 낙하산인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산업계는 이처럼 R&D 경쟁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결정짓는 현시점에 한국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4월 발표한 ‘기업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입법 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시장 유연화(20.8%)’를 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법안 통과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반발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에서도 임이자,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등이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에 실패했다.

삼성그룹초기업노조는 즉각 비판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7일 고동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개발도상국 마인드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특정 산업의 대기업보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 사업장의 노동자는 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하는 반(反) 노동법적 개정안이다”라며 “이미 필요한 경우 특별연장근로라는 제도를 이용해 최대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계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변화가 필요한데 현재 주 52시간 근로제에선 업무 의욕을 높이기 어렵다”며 “주6일 근무에 돌입한 임원뿐만 아니라 임직원까지 조직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기본 바탕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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