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5일·25일 李 1심 “무죄” 주장하지만
중형 선고되면 정국 요동…대안 세력도 관심
조국 “대권 도전은 성급한 이야기” 선긋지만
대법원서 ‘파기환송’ 결정될 ‘경우의 수’ 상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국회 300석 의석 중 20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의 연임 수장으로서 완전한 ‘이재명 체제’를 구축한 데서 나아가 ‘여의도 대통령’이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운명의 날'(1심 선고기일)로 꼽히는 15일과 25일을 주목한다. 그간 민주당은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에 “무죄”를 강변해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형이 선고될 경우 야권 내 ‘대안 세력’이 고개를 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0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로부터 닷새 뒤인 15일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열흘 뒤인 25일엔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2년(선거법 위반)과 3년(위증교사)을 구형했다.
이외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7개 사건 11개 혐의’로 모두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받더라도 당장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지거나, 지지층의 급격한 이탈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 정부와 여당에 드리운 ‘공천개입’ 의혹에,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나락으로 치달으며 국민적 반감이 극에 달한 탓이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의 정치 기소로 만들어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국정운영 무책임이냐.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주장했고,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1심 선고에서 중형이 나올 경우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전보다 더 강한 결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다음 대선까지 이 대표 사건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안은 이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중도층 확장에 나설 수 있을 지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에 0.73%p 차이로 석패한 만큼, 이 대표에게 중도층 확보는 필수다.
현재 여론은 현 정권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폭로했다. 이후 민심이 들끓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세를 이어가다 최근엔 10%대를 기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는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2일에 이어 전날에도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대정부 비난 여론에 화력을 더하고 있다. 당 지도부 일부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윤 대통령의 거취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유죄 선고 가능성에 대비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 대통령 탄핵의 근간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선고 이후에 따른 위기감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 받은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통칭 ‘신(新)3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와 함께 잠룡들로 꼽힌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초일회’가 ‘3김’의 세 규합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차기 대권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야권 내 대안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대표는 ‘대권 도전은 성급한 이야기’라거나 ‘내가 넘어져도 우리 혁신당의 인재는 많다’는 등 출마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조 대표를 둘러싼 ‘자녀 입시비리 사건'(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1·2심 징역 2년 선고)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대법원에서 결론 날텐데, 어떠한 법리로든 ‘파기환송’이 결정된다면 조 대표가 단숨에 잠재적 잠룡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 대표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이 다시 내려가면 다시 고법이 판결하고, 또 재상고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다음 대선 전까지 조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같은 시나리오라면 혁신당에서 조 대표를 대선후보로 한 번 밀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학회장을 역임했고, 여야 정치권과 두루 교감을 갖고 있는 신평 변호사도 조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5월 24일 라디오에서 “만약 조 대표가 수감된다면 정치적 소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라며 “이에 대법원이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선고를 미루거나 또는 파기환송을 할 가능성도 희미하게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성은 낮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조 대표가 화려한 복귀를 했고, 이는 국민이 내려준 심판의 한 측면”이라며 “우리 헌법의 핵심 부분은 국민주권주의로 이런 측면에서 대법원이든 헌법재판소든 대통령이든 국민의 심판 실체가 무엇이냐에 대한 모색은 중지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조 대표를 당장 수감시키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중형을 선고 받더라도 자신의 지지층에 있어서는 당장에 타격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그러나 진짜 문제는 중도층 확장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인데, 전당대회야 당원들만 투표하지만 대선은 진보·보수·중도·무당층 모두가 투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선고 이후 이 대표 지지자들은 전보다 강하게 똘똘 뭉쳐 어떤 행동을 할 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이 대표를 비판하는 일반 여론과 당원 여론이 충돌하게 돼 결국 중도층 이탈만 가속화 할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인물에 대해 여론은 무섭도록 냉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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