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지지율 52%였지만 3분의1 ‘뚝’
임기 30개월 남았지만 국정동력 ‘빨간불’
변화로 신뢰 회복 각오…인적쇄신 작업 중
지지율 하락 원인 ‘김 여사 문제’ 해소도 착수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 30개월이라는 임기가 남았지만,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우려가 커지면서 국정 동력 확보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정 지지율이 17%까지 주저앉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취임 직후 실시됐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변화와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기간에 눈에 띄는 지지율 회복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7%, 부정평가는 74%였다. 직전 조사(지난달 29∼31일)에서 집권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인 19%를 기록한 이후 일주일 만에 2%p가 하락한 것으로, 긍정평가는 취임 이래 최저치, 부정평가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김건희 여사 문제'(19%)였고, 긍정평가 이유 1위는 ‘외교'(23%)였다.
윤 대통령의 서울 지지율은 17%, 인천·경기 지지율은 14%로 나타났다. 대구·경북(TK)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 대비 5%p 상승한 23%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도 전주보다 6%p 오른 28%였다. 다만 여전히 보수 텃밭인 TK에서 부정평가 비율이 63%인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갤럽에서 취임 직후 2022년 5월 10~12일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2%에 달했다. 부정평가는 37%였다. TK 지지율은 68%(부정평가20%), PK 지지율은 65%(부정평가 24%)였다.
임기반환점을 기준으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중반 시점(집권 3년차 2분기)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45%, 박근혜 전 대통령 36%, 이명박 전 대통령 49%, 노무현 전 대통령 34%, 김대중 전 대통령 38%, 김영삼 전 대통령 28%, 노태우 전 대통령 1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낮은 지지율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복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꼼수를 쓸 줄도 모른다”면서도 “변화와 쇄신, 더 유능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속상해하지 않도록 잘 좀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변화를 통해 우리가 국민의 신뢰와 신임을 얻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변화의 모습은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본격 돌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김 여사의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을 공식 출범시켰다. 또 대통령실은 이달 중순 예정된 다자 외교 순방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와 핵심 참모들이 판단할 때 국익과 관련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은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중단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싫다고하면 (대외활동을) 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김 여사는 올 연말까지 국내 활동도 전혀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조만간 취임 전부터 써온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교체하기로 했다. 논란 발생 여지가 컸던 비공식적 소통을 줄이고, 공식적인 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통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임기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 관련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적절히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 인재 물색·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사 발표 시기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에 대한 대응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대통령실의 조치 및 윤 대통령 지지율 회복 가능성에 대해 “지지율 추가 하락은 막을 수 있겠지만, 지지율 급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특별감찰관 약효는 다 끝났고, 국민들은 한 발 더 나가기를 원한다”며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수용 등 대단히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악화한 여론을 반전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세계 정치·경제·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은 윤 대통령에게 다행”이라며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 국정 쇄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을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한다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현재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권위외 신뢰가 있어야 영이 서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게 다 무너진 상태”라고 했다.
박 대표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언어는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답지 못한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며 “기자회견 이후 나온 각종 후속 조치들도 지지율 회복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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