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응원에도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대전과 경기에서 1대 2로 패하면서 구단 사상 첫 2부 강등이 확정됐다.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래 K리그2로 강등된 적이 없는 유일한 시민구단으로 그간 수 차례 강등 위기에도 극적으로 살아나 ‘K리그 생존왕’으로 불렸으나 이번만큼은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이날 경기 종료 후 경기장은 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잔류의 기쁨과 강등의 슬픔으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다음 경기 응원을 부탁하는 멘트를 했겠지만, 안영민 인천유나이티드 장내 아나운서도 구단 사상 첫 2부 강등이라는 무거운 현실에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결국 그가 고민 끝에 한 말은 “앞으로도 인천의 축구는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감정이 격해진 양 팀 선수 사이에서 경기 종료 후 일부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이내 사그러 들었다.
인천 홈 팬들도 침통함 가운데서도 비교적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올 시즌 후반 들어서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로 조금씩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선수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홈 팬들 앞에 섰을 때도 항의나 비판보다는 격려의 박수 소리가 더 크게 나왔다.
홈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명주는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어떤 말로도 마음에 위로할 수 없겠지만 올 한 해 정말 감사드리고 내년에 더 노력해서 저희가 있어야 하는 자리로 되돌아 가겠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최영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등 위기 속에 소방수로 와서 팀을 건져내지 못한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2부로 내려가지 말자고 강조했는데 결국 강등이 현실이 됐다. 인천 팬분들께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구단 사상 첫 2부 강등 확정으로 우려됐던 ‘버스 막기’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 팬들은 라커룸을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
2004년 창단 이후 지난 20년간 1부에만 머물렀던 인천은 이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게 됐다.
당장 전달수 대표 등 구단 고위급 인사들의 사의 표명을 시작으로 대폭적인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구단 관계자는 사상 첫 2부 강등과 관련해 “내일(11일) 중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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