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눈에 드는 책방 하나가 있다. 간판과 벽면 모두를 노랗게 칠해 마치 흑백 세상에 불이 켜진 듯 자연스레 눈길이 머문다. 몇 년 전부터는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인천시민뿐 아니라 모두에게 친숙해진 노란 배경의 그곳. 오랜 시간 헌책방 거리를 지켜오며 사람과 책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한미서점’이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 최초의 서점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손수레와 노점상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배다리 헌책방 거리. 40여 곳의 많은 헌책방이 밀집해있었으나 이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남지 않은 서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미서점’의 출발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장경환 대표가 노점상 형태로 책을 판매해오다 가게에 간판을 달고 지금의 서점 형태를 갖췄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 최초의 헌책방이다. 지금은 책방을 물려받은 그의 아들 장원혁 대표와 우연히 책을 사러 배다리에 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김시연 대표가 함께 대를 이어 ‘한미서점’을 지키고 있다.
▲책을 매개로 펼쳐지는 삶의 즐거움
이번 한국근대문학관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에서 한미서점은 총 세 차례의 책담회를 준비했다.
첫 번째 시간인 지난 2일에는 정해영 작가의 「미스터 봉의 새 옷」을 선정했다. 생산부터 버려지는 과정까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패스트패션’. 이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을 짚었으며, 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지구 환경을 지킬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미서점의 정체성인 헌책방과 책의 주제가 어우러지며 그 의미를 더했다.
두 번째 책담회는 지난 9일 조경숙 작가와 방정환 문학상을 받은 그의 작품 「그림아이」와 함께했다. 작품 속 하루하루 실수가 늘어가는 할머니에게 그림에서 튀어나온 아이는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묻는다.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지만, 노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현저히 부족한 모습을 꺼내놓고,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았으나 앞으로 마주해야 할 노년의 삶을 이해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 번째 책담회는 이번 주 토요일인 16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한미서점’과 인천 헌책방 거리를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꼰대 책방」을 쓴 오승현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했다. 카피라이터에서 소설가가 된 작가의 삶은 물론, ‘한미서점’이 소설의 배경이 된 이야기까지 직접 들을 수 있다. 아이디어 개발과정이나 집필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의 미래와 낡고 오래된 것, 그 쓸모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는 마지막 책담회는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김시연 한미서점 대표는 “수많은 즐거움 중 책 나들이를 통한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책을 꼭 구매하지 않아도 요즘 어떤 책들이 있는지 둘러보며 다양한 책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셨으면 한다”며 “책방에서 뜻밖의 만남도 있을 수 있고 책을 통해 파생되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서점에서 책을 매개로 펼쳐지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행복과 즐거움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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