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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 인구 감소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난항을 겪는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 폐지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들은 수요가 많은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융합 전공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사회학과 장례식’을 열었다. 1979년 설립된 사회학과의 폐과 결정에 당황한 학생들은 사회학과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추모 형식의 학술제 ‘메모리얼 파티’를 기획했다. 대구대는 2025학년도 학칙 개정을 통해 사회학과뿐 아니라 법학부,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전공), AI(인공지능)학과 등 6개 학과의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했다.
신입생 모집 미달과 학생 수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전문대학 신안산대는 지난해 기계학과, 실내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5개 학과의 문을 닫았다. 이들 학과의 교수 29명 등 교직원 55명은 명예퇴직을 했다.
지방거점국립대인 부산대는 사범대학 소속인 불어교육과와 독어교육과를 단계적으로 폐과할 예정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언어환경도 변화했기 때문에 학문 단위 구조조정 차원에서 2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인문대에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가 있으니, 교직 이수 등 두 학과 계열의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길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대학뿐만 아니다. 명지대는 지난 4월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1997년 개설) 폐과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교수와 재학생들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을 불사하며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항고심에서 패소했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개설된 바둑 전공 학과로 한종진 9단을 비롯해 양건 9단, 홍민표 9단, 송혜령 3단 등 많은 프로 기사를 배출했다. 명지대의 폐지 결정이 알려지자 조훈현·이창호 9단을 비롯해 바둑계에서 집단적인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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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학령인구(6∼21세)는 총인구의 13.8%인 714만7000명이다. 1984년 1384만7000명(총인구의 34.3%)였던 학령인구는 꾸준히 줄어 2060년에는 377만명(총인구의 8.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기준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재적 학생 수는 300만7242명으로 10년 전 대비 약 18% 감소했다. 전국 대학교·대학원은 422개인데 이는 10년 전보다 9개교 감소한 것이다.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은 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신설하거나 일부 학과를 통폐합해 융합학과로 개편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5개 학과를 없앤 신안산대는 동물보건학과, 제과·제빵학과 등 비교적 모집률이 높았던 학과의 모집 정원을 늘렸다. 경인여대는 치위생학과, 반려동물산업학과 등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재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전북대는 방위사업청과 협력해 방위산업 융합 전공 학부를 만들고 국방사업관리자 자격증 관련 과목을 개설하기로 했다. 인하대는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를 전기전자공학부로 합쳤으며 영어영문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영미유럽인문융합학부로 개편했다.
국립 인천대는 내년부터 융합자유전공대학을 신설한다. 단과대학 성격의 융합자유전공대학 신입생은 추후 사범대학과 예술체육대학 등 15개 학과를 제외하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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