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큰 불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0분께 발생한 화재는 세 차례의 폭발음을 동반하며 포항 시내 곳곳에 진동을 전달했다. 형산강 건너편 송도동과 흥해읍까지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시민들은 한밤중에 울린 강한 폭발음과 진동에 놀라 긴급히 신고했다. 한 송도동 주민은 연합뉴스에 “갑작스러운 ‘쿵’ 소리에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큰 불안감을 토로했다.
화재가 발생한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 공장은 원료 예비처리 과정을 생략하고 철광석과 유연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대형 설비로 포항제철소의 주요 시설 중 하나다. 화재 발생 즉시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43대와 소방 인력 120여 명을 급파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포스코 자체 소방서도 진화에 투입돼 초기 대응에 나섰으나, 50m에 달하는 공장의 높은 구조와 거센 불길 탓에 초기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물을 집중적으로 뿌리며 불길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고 오전 6시 37분쯤 초기 진화를 선언했다.
화재 발생 당시 포스코 3파이넥스 공장에 근무 중이던 직원 8명 중 한 명은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직원들은 무사히 대피했다. 부상을 입은 직원 A(36) 씨는 포항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인해 공장 가동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화재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발과 화재는 포스코 인근 주민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북구 항구동 포항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낚시하던 70대 남성은 연합뉴스에 갑작스러운 폭발음을 듣고 전쟁이 발발해 포항 앞바다에 포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고 당시 충격을 떠올렸다. 포항 송도해수욕장에 있던 정일화 씨 역시 대여섯 차례 울린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이 새빨갛게 변했다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119상황실에도 ‘펑 소리와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보인다’, ‘포스코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린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으며, 화재 현장인 3파이넥스 공장 앞은 짧은 시간에도 소방차와 경찰차가 빈번히 오가며 매우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재가 진화된 후에도 포스코 정문 앞은 매캐한 탄 냄새로 가득 찼고, 차량 출입이 통제되며 관계자들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불이 어느 정도 잡힌 오전 7시가 되자 주말에도 출근하는 포스코 직원 차량들이 차례로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소방 차량은 간간이 정문을 오가며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양우용(63)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폭탄 터지듯 ‘쾅쾅쾅’하는 소리가 무려 일곱 차례나 들렸다”며 “제철소에서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큰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인해 3파이넥스 공장의 가동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과 재가동 시점은 추가 조사를 통해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태풍 ‘힌남노’ 피해로 침수된 포항제철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데드라인’이 지난 6일 개봉한 바 있다. 영화 ‘데드라인’은 역대급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미리 용광로 휴풍(쇳물 생산을 잠시 멈추는 조치)을 결정한 2022년 9월 5일부터 재송풍에 성공한 그해 9월 12일까지 일주일간의 골든타임을 두고 벌어진 일과 갈등, 수해 극복 과정의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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