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주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8배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44주차(10월24일∼30일)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459명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58명이었던 올해 42주차(10월13일~19일) 대비 8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개체인 털진드기 밀도지수도 0.29에서 0.89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면 10일 이내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물린 자리에 검은 딱지(가피)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질병청 설명을 들어보면, 털진드기는 평균기온 18도 이하에서 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해 10~15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다가 10도 미만으로 떨어질 때부터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통상 털진드기는 40주부터 42주차(9월 말~10월 초)에 증가하기 시작하고, 환자는 43주부터 시작해 47주차(11월 중순)까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쯔쯔가무시증 환자 절반가량이 11월에 발생하는 만큼 이달 예방수칙 준수에 더 유의해야 한다. 질병청은 “쯔쯔가무시증을 매개하는 털진드기 유충이 9월부터 11월까지 왕성하게 활동해 개체 수가 증가하고, 쯔쯔가무시증 환자의 50% 이상이 1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향후 3~4주간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향후 3~4주간 야외활동 시 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밝은색 긴소매 옷과 모자, 목수건 등으로 진드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중에는 풀밭에 앉을 때 돗자리를 사용하고, 풀숲에 옷을 벗어놓지 말아야 한다. 야외활동을 마친 뒤에는 귀가 즉시 옷은 털어 세탁하고, 몸에 검은 딱지 등 벌레 물린 상처가 났거나 진드기가 붙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털진드기 서식지는 넓어지고 있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남쪽에 주로 서식하던 활순털진드기가 북상하는데, 이미 대부분 북상했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며 “활순털진드기는 다른 털진드기에 견줘 쯔쯔가무시증을 더 잘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서식 환경이 넓어지는 만큼 쯔쯔가무시증 환자도 더 많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9∼10월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현재(44주차)까지는 오히려 쯔쯔가무시증 환자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이희일 과장은 “평소라면 털진드기 알이 깨어났어야 할 시기에 기온이 높았기 때문에 현재 털진드기 개체 수가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평년(2019~2023년 평균)이나 지난해에는 44주차(10월24일∼30일) 털진드기 밀도지수가 각각 1.85, 1.83으로 정점이었지만 올해는 0.89에 그쳤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과 10월 전국 평균기온은 각각 24.7도, 16.1도로 평년(20.5도, 14.3도) 대비 각각 4.2도, 1.8도 높았다. 각각 1973년 이래 1위, 2위를 기록했다.
한겨레 김윤주 기자 /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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