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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를 적극 복기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요구할 부분과 동조할 분야를 찾아 공세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인데 8년 전과는 달라진 한일관계를 활용, 일본과 한 목소리로 발언권을 키울 수도 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에 대비해 당선인 최측근과 협상 경험이 있는 이들은 전 정부 인사라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자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며 정상간 스킨십을 끌어올렸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성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활용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속성으로라도 골프를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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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동맹化 “잘 주고 잘 받기”=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협상을 마치고 공식 서명까지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맹 간의 관계에서도 ‘가치’ 대신 ‘거래’를 중시하는 만큼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제시하면서 필요한 전략무기를 추가로 요구해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더 많은 비용을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하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식의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전략무기 전개 전용 훈련 비용을 먼저 제시하며 먼저 우리도 원할 때 원하는 무기를 가져와달라는 식의 거래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압박할 경우 우리는 그만큼의 안보 공백을 핵 능력 강화로 맞받아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자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일본처럼 핵무기 개발 전 단계 수준(우라늄 농축, 핵연료 재처리)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트럼프 정부에서 어렵지 않게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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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사수, ‘핵에는 핵’=트럼프 당선인은 특유의 ‘톱다운’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집권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이 한국을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고 자칫 북미만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 인정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북한의 미국 본토 위협을 제거하는 대가로 비핵화가 아닌 군축이나 현상 유지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 핵을 두고 ‘지금 어떻게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현상 동결 시나리오를 가져갈 경우 우리는 핵은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북한의 핵 위협을 막을 안보 불안 해소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북미 간 소통 과정에서 한국이 빠지는 ‘패싱’ 상태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 정부의 단호한 대(對)중국 대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박 교수는 “현 정부가 중국에 확실한 태도를 보이며 트럼프 당선인과 정책의 결이 맞다는 신뢰를 주고 북중러 문제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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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서 배우고 ‘초당적’ 협력=정상 간 개인 친분으로 대외 정책을 결정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 외교’ 모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차 위원은 “참모 말도 잘 안 듣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정상 간 1대1 외교가 중요하다”며 “최대한 빨리, 자주 접촉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범 답안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꼽힌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을 직접 찾아 금으로 도금된 골프채 세트를 선물했는데 이 덕분에 일본이 트럼프 1기 때 많은 수혜를 봤다. 박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 자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며 정상 간 스킨십을 끌어올렸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당선인에 맞춰) 윤 대통령이 골프를 배우는 식의 적극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8년 전보다 크게 개선된 한일 관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시각도 있다. 한일 양국이 방위비 분담,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서 입장이 같은 만큼 한목소리를 낼 경우 발언권이 더 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측 불가능한 당선인의 성향에 대비해 과거 트럼프 측 최고위 인사와 잦은 접촉을 해봤던 문재인 정부 고위직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 센터장은 “정의용 전 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와달라고 하면 이들도 국익 차원에서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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