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700년 전 밭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70명이 넘는 어린이를 제물로 바친 끔찍한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인근 지역을 정복하고 어린이들을 납치해 제물로 바친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페루 북서부 해안도시 트루히요 근처 ‘팜파 라 크루즈’ 고고학 유적지에서 700여년 전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 76명과 성인 여성 2명의 유해가 발굴됐다.
고고학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의 유해는 모두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쇄골부터 흉골까지 절개돼 갈비뼈가 열려진 상태였다. 심장을 파헤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이 입었던 옷은 유해 바로 인근에 놓여있었다. 이와 함께 옷에 꿰매어져 있던 은과 구리 등과 스폰딜루스(Spondylus; 가시굴) 조개 껍데기 등이 발견됐다. 스폰딜루스 조개 껍데기는 치무 문명에서 금만큼 가치 있게 여긴 물건이다.
팜파 라 크루즈 유적지는 12~15세기경 번성한 치무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잉카 문명보다 일찍 시작된 치무 문명은 종교 의식에 어린이와 동물 등을 제물로 바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는 지난 2022년 발견된 것으로 당시에도 치무 제국이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인신공양’한 것으로 추측됐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희생자들이 모두 두개골이 변형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치무 제국에서도 어린 시절 판자나 싸개 등으로 머리를 눌러 두개골을 변형시켰으나 희생자들의 유골은 치무 제국인에 비해 변형 정도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희생자들이 다른 지역인 람바예케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치무 제국이 람바예케 등 주변 지역을 정복한 뒤 해당 지역의 어린이들을 자신의 땅으로 끌고 와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땅에 관개 수로를 완성하고 인신공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발굴을 주도한 가브리엘 프리에토 플로리다 대학교 인류학 조교수는 “안데스 우주론에서 죽은 사람은 조상이 되고, 조상은 토지의 권리를 부여하고 토지가 생산을 계속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치무 문명에서 인신공양을 했다는 증거는 앞서 수차례 발견됐다.
지난 2019년에는 트루히요 해변 도시인 우안차코에서 4~14세 사이의 어린이 유골이 227구 발견된 바 있다. 비와 홍수가 해안선에 들이닥치자 신을 달래기 위해 제물로 어린이들을 바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팜파 라 크루즈 유적지에서 지난 2018년 4월에는 어린이 유골 140구와 라마 200마리가, 같은 해 6월에는 어린이 유골 56구가 차례로 발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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