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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백남기 사망’ 유죄 구은수보다도 책임 의무 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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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에 대한 1심 판결이 유·무죄로 엇갈린 가운데 재판부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주요 판단 근거인 다중운집에 따른 인파 사고 예견 가능성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기준을 지나치게 높고 좁게 설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특별위원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 무엇을 밝혔고 무엇을 놓쳤는가’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1심 판결 내용 및 항소심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유죄가 선고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부터) ⓒ프레시안
▲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유죄가 선고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부터) ⓒ프레시안

“김광호, ‘백남기 사망’ 유죄 판결 난 구은수보다도 책임 의무 다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김광호 전 청장과 유미진 전 상황관리관, 정대경 전 112상황실 야간 상황실장의 1심 재판을 담당한 추은혜 변호사는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예견 가능성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점’과 ‘적절한 대응 조치 여부 및 관리감독책임 판단 축소’, ‘인과관계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했던 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높았던 점’ 등을 꼽았다.

추 변호사는 “1심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예견 가능성의 판단 기준을 다중운집으로 인한 대규모 압사사고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다는 점”이라며 “대규모 압사사고는 결과일 뿐, 재난안전법과 경찰법상 사회재난 대응 의무가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규모와 무관하게 다중운집으로 인한 인명의 사망 또는 부상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죄가 선고된 이임재 전 서장을 비롯한 용산경찰서 측에 대한 판결에서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해 보행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넘어지며 서로 압박해 생명·신체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위엄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며 “규모와 무관하게 다중운집으로 인한 인명의 사망 또는 부상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점 등 김광한 전 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용산경찰서 측에 대한 유죄 판단 기준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추 변호사는 적절한 대응 조치 여부에 대해서도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의 위험성에 대해 유사한 수준의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광한 전 청장과 이임제 전 사장은 참사 전 두 차례(10월 17일과 24일)의 화상회의를 통해 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하고 대응을 논의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므로 “오히려 상급기관인 피고인(김광한 전 청장)에게 더 높은 수준이 요구되어야 했”음에도 “1심 재판부는 용산경찰서의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예견 가능성과 업무상 과실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추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된 구은수 전 청장의 판례와 비교해 볼 때 “김광한 전 청장의 1심 판결은 피고인의 관리감독 소홀과 피해 확대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했다”고도 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및 백남기 사망 사고에서도 “대법원은 지휘관의 관리감독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것.

대법원은 지난 4월 13일 경찰의 살수차(물대포) 대응으로 사망한 백남기 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은 구 전 청장이 살수차 운영지침 허가권자여도 현장 지휘감독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2심은 구 전 청장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이며 실시간으로 현장에 개입할 수 있었다는 점 들을 들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피할 수 있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추 변호사는 “구은수 전 청장은 집회 당시 상황실 모니터를 보고 살수를 지시”했지만 “김광한 전 청장은 (다중인파가 예견됐는데도) 상황실에서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어떠한 업무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며 “누가 더 책임을 다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추 변호사는 또 “김광한 전 청장은 참사 전 ‘핼러윈 데이 인파 대비’에 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으므로 다중인파 사고를 예견하고 회피할 의무가 높아져 있었다”며 “1심 판결이 피고인의 주의의무나 감독책임을 ‘현저히’ 또는 ‘만연히’ 해태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니라 중과실치사상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보수집과 위험 예측의 1차적 책임을 인정한 용산경찰서 측 판결과 달리, “김광한 전 서장에 대해서는 “관할 용산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독자적 정보 수집·분석 능력과 의무를 간과하고 하급기관의 보고에만 의존해도 된다고 보는” 등 김 전 청장의 책임 의무를 지나치게 축소했다고 했다.

추 변호사는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이 사건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며 △ 예견 가능성 판단 기준성 재정립, △ 관리감독 책임 구체화 범위 확장, △ 인과관계 입증기준 재검토, △ 용산경찰청장 판결과의 비교 분석 등을 통해 “항소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참사 2주 전 축제 안전관리의 10분의 1만 시행했어도…”

용산구청 박희영 구청장과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의 1심 재판을 담당한 최종연 변호사는 재판부의 예견 가능성 판단 기준의 문제점 외에도 재판부가 재난안전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실 운영 의무와 응급조치 및 대피명령 권한을 소극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동일한 재판부에서 이임재 전 서장에게는 유죄를 선고하고 박희영 구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배경으로 “업무상 주의의무에 위반이 있었는지를 살펴본 논리적인 구조는 같다”면서도 박희영 구청장 변호인 측이 ‘행사 주최자가 없는 인파 운집은 지자체의 관리 대상이 아니고 참사 당일 인파가 몰릴 줄 몰랐다’고 한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판부의 판단은 “용산구는 재난안전법상 주최자 없이 다수가 모인 경우에 발생한 재난을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으며 “구체적으로 통제하고 해산시킬 법적 권한도 없다”는 데에서 출발했다며박희영 구청장이 참사 당일 현장에 방문할 구체적인 의무도 없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이에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 대응 의무가 있는 지자체장으로서는 규모와 무관하게 다중운집으로 인한 인명의 사망 또는 부상이 예견되는 이상 예방할 의무가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최소한의 사고 예견 가능성 여부를 기준으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사 발생 2주 전에 진행된 ‘2022 이태원 지구촌 축제’ 때 시행했던 안전관리 대책을 그대로 시행했다면, 또는 10분의 1 이내로 시행했다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또 재판부는 용산구청 당직실의 운영 의무를 인정해줬지만 “막상 당직실은 참사 당일 재난 발생 우려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했고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인식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일 22시 29분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압사 발생 사실을 전화로 전달받고도 구청장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20분 넘게 지휘 계통에 참사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박희영 구청장이 상황을 알게 된 것은 22시 50분경 상인에게 문자를 받고 나서”였다.

최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참사 발생 이후 사상의 결과 축소 가능성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시·군·구청장은 재난이 실제 발생했을 때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질서 유지’, ‘피난의 권고와 지시’와 같은 ‘응급조치'(제37조 1항)를 할 의무가 있고 대피명령(제40조)을 할 권한이 있”는데도 “용산구청은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난안전 문자를 23시가 넘어서 보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수의 피해자들이 참사 직후 곧바로 사망한 것이 아닌 다음 날 아침 또는 수일 등 상당 시간 이후 사망 판정되었으므로 참사 직후 응급조리 미흡에 따른 피해자들의 사상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이 부분에 있어 1심 판결은 중대한 사실 판단 미진, 심리 미진 사실 오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유죄’ 이임재와 ‘무죄’ 김광한·박희영 판결, 유기적으로 살펴야”

유죄가 선고된 이임재 전 서장을 비롯한 용산경찰서 측 1심 재판을 담당한 오민애 변호사는 “재판부가 구체적인 내용에서 대부분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양형의 결과는 그 죄책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 핼로윈 데이 대책을 세웠지만 혼잡경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 참사 당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현장 상황과 112신고 접수 내역 등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경찰 본연의 업무에서 확인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유죄가 나온 이임재 전 서장의 판결과 무죄가 나온 김광호 전 서장·박희영 구청장 판결을 유기적으로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조위의 조사와 항소심 재판, 그리고 형사 책임 외의 책임을 묻는 과정 모두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참사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문 투성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가족들은 주요 책임자에 대한 혐의가 ‘다중운집에 따른 대규모 인파 사고’에만 집중되어 있다며 “당시 현장에 파견된 마약수사대의 역할과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23시 이후 대응에 나선 점을 볼 때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참사 이후 도의적·정치적·행정적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법률적 책임까지도 무죄로 나온 것이 정치 환경의 문제인지, 법률 미비로 인한 건지,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때문인지, 피해자 대리인 측의 의지 부족 문제인지 아무런 판단을 할 수가 없어 난감하다”거나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피고인들에게 심정을 물었을 때 피고인들은 ‘책임을 느낀다’고 했는데 무죄가 선고된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 1심 판결 이후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고 했다.

▲ 라운드테이블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 무엇을 밝혔고 무엇을 놓쳤는가'가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이명선)
▲ 라운드테이블 ‘10.29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판결 무엇을 밝혔고 무엇을 놓쳤는가’가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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