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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포커스] 킥보드 교통사고 6년 만에 20배… “세 가지 문제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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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연세로 인근 차도에서 한 시민이 안전모 없이 킥보드를 타고 역주행하고 있다. / 조선DB
2023년 10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연세로 인근 차도에서 한 시민이 안전모 없이 킥보드를 타고 역주행하고 있다. / 조선DB

전동 킥보드 교통 사고가 작년 한해 2389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117건이던 게 6년 만에 20배로 늘어난 것이다. 킥보드 사고 피해자 100명 중 1명 꼴로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 전체 교통 사고는 감소하는데 킥보드 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문제로 보고 있다. 원동기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도 사실상 제약 없이 킥보드를 운행하고 있어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안전모 착용 비율도 8.5%에 그쳐 사고가 일어나면 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킥보드 제한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시속 5㎞ 높게 설정돼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작년 킥보드 교통 사고 2389건, 사망 24명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PM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유 전동 킥보드는 2020년 7만대, 2021년 15만대, 2022년 24만대, 2023년 29만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킥보드 교통 사고도 897건, 1735건, 2386건, 2389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반면 전체 교통 사고는 20만9654건, 20만3130건, 19만6836건, 19만8296건으로 대체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교통 사고에서 킥보드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0.43%이던 게 2023년 1.2%로 거의 3배로 증가했다. 킥보드 사고로 숨지는 사람도 2020년 10명이던 게 2023년 24명으로 늘어났다.

◇면허 없는 미성년자도 운전… 사고 운전자 43%가 10대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려면 일반적으로 ‘스쿠터’를 운전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가 있어야 한다. 16세 이상이면 딸 수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보통은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지만 18세 이상부터 딸 수 있다. 미성년자는 대부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무면허 킥보드 운전으로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민간 대여 전동 킥보드 업체가 이용자들의 면허를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별도의 면허 인증·등록 없이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 있게 해놓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이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다 적발될 사례는 작년 한 해 2만68건이나 됐다. 또 작년 한 해 교통사고를 낸 킥보드 운전자의 43.3%가 10대로 나타났다.

고교생 A양 등 두 명은 지난 6월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 명이 타야 하는 전동 킥보드에 함께 타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도로 우측에서 걷고 있던 60대 부부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60대 부부의 부인이 숨졌다.

작년 8월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도로에서 고등학생 B군 등 2명이 전동 킥보드 한 대를 함께 타고 편도 3차로 중 1차로로 역주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정상 진행하던 SUV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안전모 착용 8.5%에 그쳐… 사고 나면 중상 가능성 높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려면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 결과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는 비율은 8.5%에 그쳤다.

운전자가 서서 탑승하는 전동 킥보드는 무게중심이 높아 빠르게 달리다 도로 위 장애물에 걸리면 쉽게 넘어질 수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 간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은 다른 차량이나 사람을 친 게 아니라 스스로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발생했다.

이런 경우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있으면 넘어지면서 머리 부분에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사고를 당하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을 하지 않은 킥보드 운전자를 단속하면서 위험성을 알려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고 속도 일본·독일은 시속 20㎞… 한국은 25㎞

국내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가 높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킥보드가 시속 25㎞까지 달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생활용 자전거로 여유롭게 주행하는 속도는 시속 15~20㎞ 수준이다. 또 킥보드로 시속 20㎞ 이상으로 주행하다가 벽에 부딪혔을 때 받는 충격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의 두 배 이상으로 조사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를 2022년 7월부터 시속 25㎞에서 20㎞로 낮췄다. 독일도 킥보드 최고 속도는 20㎞다. 킥보드 속도를 시속 25㎞에서 20㎞로 낮추면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정지거리가 26%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서울시, ‘킥보드 없는 거리’ 추진… 해외에선 공유 킥보드 이미 금지

전동 킥보드 교통 사고가 급증하면서 서울시는 올해 안에 ‘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가 15~69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서 ‘전동 킥보드로 불편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79.2%였다. 이 중 충돌 위험을 겪었다는 응답은 75.5%로 가장 많았다. 전동 킥보드 통행 금지 구역을 지정하는 데에는 88.1%가 찬성했고,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을 하는 민간 업체 운영을 금지하자는 데에도 75.6%가 찬성했다.

해외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을 전면 금지한 도시도 이미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공유 전동 킥보드 금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90% 넘는 찬성표가 나왔고, 결국 작년 9월 전동 킥보드가 퇴출됐다. 캐나다 몬트리올(202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작년 10월)·마드리드(올해 9월), 호주 멜버른(올해 8월)에서도 공유 전동 킥보드 운영이 금지됐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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