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지방의원들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딥페이크(AI로 만든 허위 콘텐츠) 사진과 함께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메일을 받는 일이 지난달 말부터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흔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남성, 특히 지역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 남성 지방의원만 노렸다… 비슷한 사진에 얼굴만 바꿔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은 지난달 28일 딥페이크 영상을 빌미로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 김 의원 외에도 서울시의회와 서울 강남구의회·양천구의회에서 같은 일을 당한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이달에도 이어졌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의원 2명 ▲3일 인천 서구 의원 3명 ▲4일 대전시 의원 10여명 ▲7일 인천 계양·연수구 의원 각 1명이 딥페이크 사진과 함께 금품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이 20명을 넘어선 셈이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모두 지방의회 남성 의원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사진을 받았다. 흑백 동영상을 캡처한 듯한 사진에 나체인 남녀가 누워있는 사진이다. 얼굴만 각 지방의회 홈페이지의 프로필 사진으로 갈아 끼워져 있었고, 침대나 이불 모양만 조금 다르다. 피해자들의 소속 정당은 서로 다르다.
협박범은 사진과 함께 ‘지금 당신의 법(범의 오자로 추정)죄증거들 갖고 있고,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고 있을거다. 문자보고 당장 연락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한 의원들에게는 ‘내 목적은 돈뿐’이라며 5만 USDT(약 7000만원)를 요구했다. USDT는 암호화폐 중 가치가 미국 달러와 연동돼 있는 ‘테더’를 가리킨다.
◇ 협박범, 한국 실정 모르고 어색한 어투… “돈보다 사회 동요 노린 듯”
궁금한 점은 협박범이 왜 남자 지방의회 의원들만 노렸냐는 것이다. 아직 경찰 수사가 착수 단계라 범행 동기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린의 테크앤로 부문장인 구태언 변호사는 “시의원·구의원 같은 공인을 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북한 등이 한국 사회의 혼란을 노린 도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남성 지방의원을 상대로 먼저 범행을 해봐서 성공하면 국회의원 등으로 범행 대상의 수위를 높여가는 범죄 실험을 시도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협박범이 7000만원을 요구한 점에도 주목했다. 광역의원이 받는 ‘연봉’ 격인 의정비는 5000만~6000만원 정도이고, 기초의원은 이보다 적다. 곽 교수는 “지방의원들에 7000만원을 요구한 것은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외국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이라면서 “사람들이 과연 협박에 반응하는지 파악해 보려고 미끼를 던진 것일 수 있다”고 말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딥페이크의 합성 상태가 비교적 조악하고, 협박 메시지에서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등 표현이 어설프다”며 “정말 돈을 요구하기보다는 중국·북한 등지에서 한국의 남성 지방의원들을 범행 대상으로 타진해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본격적인 범행에 앞서 예행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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