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경기 북부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를 두고 시와 시민단체의 갈등이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시가 체결한 기존 성병관리소 철거 용역계약이 지난 5일 해지돼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동두천 옛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시 측은 두 차례의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시도가 무마된 뒤 과업 예정완료일이 되자 설계변경 또는 과업지시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심각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시가 기존 철거 용역계약을 해지한 후 다른 철거업체와 새로 계약을 맺는 것이 기존 예산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철거 용역업체와 계약이 진행될 시 이후 총 2억이 넘는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는 것이다.
동두천시가 철거하려는 성병관리소는 1973년 만들어져 1996년 폐쇄된 일명 ‘낙검자(성병 검사 탈락자) 여성 강제 수용소’로,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치료를 명목으로 끌려가 감금과 학대를 당한 곳이다. 정부가 만들어 23년간 시가 운영했다.
6·25 전쟁 이후 1960~197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 주둔지마다 취락시설을 조성했다. 이때 미군의 요구에 따라 성병 관리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고 전국 40여곳에 성병관리소가 세워졌다.
정부는 취락시설에 거주하는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불시 검문을 해 보균자를 찾아냈고, 이들을 낙검자 수용소에 가둬 강제로 페니실린을 투약한 뒤 완치할 때까지 가뒀다. 미군들은 철망을 잡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원숭이 같다며 성병관리소를 ‘몽키하우스’라고 불렀다.
앞서 2022년 9월 대법원은 동두천 성병관리소에 갇혔던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성매매를 조장하고 강제적으로 성병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 결과 피해자 74명에게 700만원, 43명에게 300만원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동두천시는 이 같은 성병관리소를 소요산 관광지 개발 사업을 위해 철거하고자 지난 9월 2억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10월 8일과 13일 철거 시공업체가 성병관리소 진입을 시도했으나 공대위 등 시민단체들의 저지로 끝내 무산됐다.
공대위는 성병관리소에 대해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닌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라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동두천시의 철거 의지에 맞서 동두천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40일 진행한 뒤 현재까지도 현장 천막농성을 73일째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철거 요청에 관한 청원’이 게시돼 5만명을 도달했고, 현재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임시 지정해야 한다는 도청원 역시 충족 요건인 1만명을 넘었으나,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동두천시의 신청 없이 경기도가 임의로 지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공대위는 시의 철거 예산과 관련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하기 위한 서명운동도 확대할 방침이다. 동두천시가 성병관리소 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 공유재산법을 위반하고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게 공대위 측의 주장이다.
공익감사란 공익감사청구 처리 관련법에 근거해 18세 이상인 300명 이상 국민, 시민단체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특정 사항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공대위 이의환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일 있었던 경기도의 답변에 실망감을 표했다. 이 팀장은 “임시 지정과 관련해 경기도의 조례를 살펴봐도 토지 소유자에게 의견을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는 조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경기도가 행정 낭비를 하기 싫은 것처럼 느껴진다. 성병관리소가 역사적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전문가나 학계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내주 안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동두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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