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정치권 원로들도 쓴소리를 내놨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시간 2시간 20분이면 엄청난 것인데, 과연 성과가 그만큼 나왔느냐”며 “저는 국민 설득이 제대로 안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특히 윤 대통령이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 하길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영부인을 감싼 대목을 놓고 “국문학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혹평했다.
윤 전 장관은 “참 눈물겨운 내조이기는 하더라”며 “그런데 그게 병폐가 되는 것이지 않느냐. 내조를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본인 육성이 나오는데 그걸 부인하니까,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인데 그 사소한 것에서 대통령이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만들면 다른 모든 공신력이 무너져버린다.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반말’ 논란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그 말투가 입에 붙은 것 같다. 그러니까 대통령 된 다음에도 옛날 버릇이 그냥 나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면 만인지상이니까 밑엣사람한테 그렇게 반말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데서는 경어를 썼어야 되는데 그건 아주 경솔하고 몰상식해 보이는 태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자 「중앙일보」 전화 인터뷰에서도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서 ‘미쳤냐’, ‘부부싸움을 하겠다’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나”라며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은 어려운 문자를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쉬운 말로도 품격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은 이미 메신저 거부 현상에 들어가 있다”며 “무슨 얘기를 해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짚었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15% 정도까지 내려가면 국정 동력을 다 잃어버린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경고한 대목은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이날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17%로 집계됐다.
윤 전 장관은 “제가 만약 여권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걸 어떻게 돌파하느냐, 첫 번째 떠오르는 게 ‘개헌해야 되겠네'”라며 “내년 봄에 어떤 정치적인 불안정 요인이 생기면 어쨌든 그걸 극복하고 넘어가야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환경장관을 역임했고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참모로 활동하며 ‘보수 책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TV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노태우 정부 경제수석 출신으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2012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2016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2020년)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 국민의힘 의원 공부모임에 강사로 참석해 당일 오전 있었던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혹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오늘 담화 발표하는 것을 보니까 아직도 현상에 대한 인식을 잘 못하고 있다”며 “무엇을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보는지 철저한 인식이 없다. 그래서는 정상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반 국민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는 얘기만 잔뜩 하신 것 같다”며 “일반 국민이 관심 갖는 분야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강조하는 게 뭐냐, 의료개혁 하나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학생들도 학교 안 가고 전공의도 안 돌아오면 내년 3월쯤 되면 인턴도 없고 군의관도 없고 공공의료도 다 무너져버린다. 그러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들도 지금과 같은 식으로 운영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