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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내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일 때 적용된다. 상시근로자가 4명 이하인 사업장은 대통령령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일부 규정만 적용이 가능하다. 즉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 지점 또는 연락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해외 기업의 국내 영업소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떻게 될까. 지난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판단기준을 구체화하는 판결들을 연이어 선고한 바 있다.
◇ 법인 달라도 한 공간서 같은 업무면, ‘하나의 사업’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판단함에 있어 예외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판단한 사건은 해외 기업이 한국에서 자회사와 영업소 헝태로 운영하다가 폐업을 하면서 부당해고를 진행한 사례다.
이 사건은 사업장의 운영형태가 독특했다. 부당해고의 구제를 신청했던 수연(가명) 씨는 호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관광기업 A사를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하는 B외국법인의 D한국법인에 입사했다. 수연 씨가 근무하던 사무공간에는 F한국영업소 직원들도 있었다. F햔국영업소는 A사를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하는 C해외법인의 한국영업소다. 다시 말해 같은 사무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했지만, 직원들의 소속은 각기 달랐다. 그러던 중 수연 씨는 해고를 당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기준법 제11조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기준과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법인격의 분리 여부가 독립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된다”며 “법인격이 다른 기업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 여부는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업무지시와 근로자의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해고 등 인사 및 노무관리가 기업조직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주체 내지 경영진에게 통일적으로 행사되는지 △각 단위별 사업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해 결합되고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운영되는지 등을 고려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D한국법인과 F한국영업소를 동일한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했고, 그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도 합산해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봤다. 그러므로 국내 근로기준법의 해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외국기업, 상시근로자수는 국내 근로자 수 기준
대법원은 앞서 판결과 다른, 또 하나의 판결을 같은 날 선고한다. 내용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할 때 근로자 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이 판단한 사안의 개요를 살펴보면 영수(가명) 씨는 미국에 본사를 둔 Z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Z사는 대한민국 내 별도의 법인이나 영업소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신 Z사의 계열회사인 G사의 한국영업소가 있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영수 씨는 Z사의 유일한 대한민국 내 근로자였다. 하지만 Z사 본사나 G사의 한국영업소에는 5인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했다.
이후 Z사는 영수 씨에게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지를 했고, 이 통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근로자인 영수 씨는 자신의 사용자가 Z사가 아닌 G사고, 만약 Z사가 사용자라 할지라도 상시근로자 수는 Z사 본사 근로자 수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의 쟁점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근로자 수를 어떻게 산정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외국기업 본사의 근로자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내에 있는 근로자 수로만 기준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국내 근로자 수로만 산정해야 하는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우선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하나의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장을 말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없다는 점을 두 번째로 이유로 제시했다.
이 사안에서는 Z사의 국내 근로자 수는 영수 씨 1명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게 법원의 판단이다.
같은 날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들을 종합해 보면 외국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국내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지사나 영업소 등이 법인격이 다르다 하더라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근로자들의 수는 모두 합산해 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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