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8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매체에서도 혹평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진솔한 사과보다 변명과 자기 합리화만 부각됐다”며 특히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인식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기자회견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앞으로 쇄신하길 바라는 논조의 사설을 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지역신문은 부산일보와 영남일보다. 부산일보 기자는 대통령의 사과가 미흡하다는 취지로 비판적인 질문을 했고 영남일보 기자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질문했다. 8일 부산일보는 ‘사과는 했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고 영남일보는 윤 대통령이 TK 지역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을 의미있게 평가하면서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여론 인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8일자 신문 1면 톱기사 제목 중 상당수는 부정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경향신문 「고개만 숙였다」
국민일보 「아내 처신 머리 숙이고 의혹 앞엔 고개 저었다」
한국일보 「尹 고개 숙였지만, 의혹엔 고개 저었다」
동아일보 「‘김건희 의혹’ 부인한 尹, 특검 거부」
중앙일보 「윤 대통령 “어찌됐든” 사과」
한겨레 「“어찌 됐든 사과” 140분 맹탕 회견」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이 윤 대통령이 고개만 숙였을 뿐 내용상으로는 의혹을 부인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동아일보 1면 기사 제목에서 대통령이 김건희 의혹을 부인하고 특검을 거부했다고 회견 내용을 요약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자주 쓴 표현이기도 한 “어찌 됐든 사과한다”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다.
일부 신문에선 윤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으로 제목을 지었다.
서울신문 「尹 “아내 처신 신중하지 못해…제 불찰”」
세계일보 「尹 “아내 처신은 잘못…특검은 정치선동”」
대체로 윤 대통령의 사과가 형식적이었다는 평가를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1면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메시지만 부각하는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 「“저와 아내 처신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앞으로 윤 대통령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설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에서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 윤 대통령도 적절한 휴대폰 통화로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곧 임기 반환점을 돈다. 크게 얻으려면 크게 바꿔야 한다. 임기 후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으면 한다”며 “트럼프 재집권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경기 침체 등 시급한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尹 “저의 불찰”…체감할 후속 조치 최대한 서둘러야」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헤아리더라도 포용력을 보여야 하는 국정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 귀에는 부족하게 들렸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그 외 나머지 매체들은 향후 개선점이나 기대보다는 기자회견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사설 제목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대통령 회견」이고,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중앙일보는 “국민은 행간에서 ‘아 대통령은 미안해 하기보다 억울해 하고 있구나’ ‘아 혹시 사과도 아내의 허가를 받는 건가’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며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나, 대통령실 및 내각의 인적 쇄신을 예산안 마련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이유로 뒤로 넘긴 것 또한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기자회견 관련 사설을 두개 냈다. 「“어찌됐든 사과” “육 여사도”…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고개 숙이며 시작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에선 반성과 성찰, 쇄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며 “그러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한데 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의구심이 씻기지 않은 채 앞으로 2년 반도 그 문제를 안고 그대로 가겠다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남겼다”고 했다.
두 번째 사설 「표류하는 ‘4대 개혁’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서는 “4대 개혁의 잘못된 방향 설정이나 더딘 추진 속도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특히 “윤 대통령은 여야와 의료계가 협의체 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온 올해 입시 정원 조정에 대해 ‘정부가 추진한대로 됐다’고 선을 그으며 협의체 출범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2개의 사설을 통해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사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에서 “자신의 억울함 토로와 자화자찬으로 140분을 채운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게 됐다”며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니 일단 ‘사과는 해드릴게’라는 투”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강조하면서 “당선자가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것 처음 봤다” “이런 (소통 잘하는) 대통령 처음 봤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또 다른 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삼권분립 체계 위반”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 “기본적으로 특검이란 행정부를 신뢰하기 힘들어 ‘독립적인 수사’를 필요로 할 때 진행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법’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과 이어지는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이 눈에 띄었다. 부산일보 사설에는 이 내용을 담았다. 부산일보는 사설 「사과했지만 국민 기대 못 미친 윤 대통령 담화·회견」에서 “실제로 한 기자는 ‘사과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셨다’며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라고 물었다”고 했는데 이 대목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기자들이 국민에 앞서 실망스러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의혹들이) 사실과 다른 것도 많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았다”며 “요컨대 이날 담화·회견에서는 국민이 기대하던 윤 대통령의 실질적인 사과는 없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영남일보 기자는 여당 텃밭인 TK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영남일보는 사설 「“얼마나 아꼈으면 얼마나 실망 컸겠나” 그게 바로 TK민심」에서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의 절대적 지지가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TK에 애정을 표했다”며 “‘최저치 경신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영남일보 기자의 지적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질의응답 내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얼마나 아꼈으면 얼마나 실망이 크시겠나”, “자식이 밖에 나가 혼나고 오면 맞다 틀리다를 떠나 ‘너는 왜 자꾸 맞고 다녀, 앞으로 좀 잘해’라고 (질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영남일보는 “일종의 대국민 사과의 자리였지만, TK민심의 현주소를 잘 헤아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영남일보에서 말씀하시니 대구경북민들이 속상하지 않도록 잘좀 해야겠다”고 했다. 영남일보는 해당 발언을 사설에 인용하면서 “대통령의 각오가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 눈높이의 시선을 갖는 게 먼저”라고 했다.
그럼에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보였다. 영남일보는 “당정갈등을 ‘언론이 부추긴 것’이란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특검법’에 ‘아내의 인권’을 들먹인 거나, 야당 탓한 ‘국회 시정연설’ 불참, 기존 주장을 되뇐 ‘의정 갈등’ ‘김건희 라인’ 부인 등도 여론과는 먼 상황인식”이라며 “구체적이지 않은 포괄적 사과는 사과의 효과를 반감시켰고, 쇄신의 결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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