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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침묵, 몰아치기 위한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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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담화 도중 집무실 떠난 뒤 장고 모드

친한계 “충격 받은 듯” “고구마 먹었다”

“용산 몫 쇄신 노력까지 한층 더” 예고

독소조항 배제한 김건희 특검 가능성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방·외교 현안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방·외교 현안 관련 긴급점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일주일 만에 다시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야당에 의해 공개된 후 나흘 만에 입장을 밝힌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무반응’이다. 여권의 위기 타개책으로 빼든 김건희 여사 활동 전면 중단 등 ‘5대 요구안’이 윤 대통령에 의해 철저하게 묵살됐다고 보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동훈 대표는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 일정에 앞서 이뤄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이 미국 대선 관련 외교·안보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 공판 관련 생중계 요청 입장만 밝혔다. 윤 대통령이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은 이른바 ‘끝장 회견’을 예고한 만큼 내용을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도중 국회 집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내용에 실망했다고 한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4일 명 씨 통화 녹음이 공개된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사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 개각 단행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즉각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이 중 윤 대통령이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고 내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 숙인 만큼 ‘대국민사과’ 요구는 넓게 보면 수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 개각 단행’도 인재 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갔다고 윤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중립 성향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백번 양보해서 윤 대통령이 허리는 굽혔지 않느냐. 사과했다고 봐야 한다”라며 “인적 개편 문제도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인재 풀’ 언급은 했으니 이전보다는 나아진 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한계는 ‘5대 요구안’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하나도 받아들인 게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고, 친한계 의원도 “고구마 먹었다. 한 대표도 지금 충격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 대표의 침묵은 친한계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가 지난 윤 대통령-명 씨 통화 사태처럼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오는 8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앞서 통화 사태 때도 주말 사이 참모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나흘 만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친한계의 좌장 조경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어제 한 대표와 만나고 나서 아마도 오늘은 침묵하시는 게 아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서로 공유를 했다. 당분간 좀 더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며 “대통령이 요구 조건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을 주지 못한 부분을 이미 예측을 했었는데 (회견에 대한 평가가 담겨) 침묵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7일 오전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시민들이 7일 오전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친한계에서는 한 대표가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한계 핵심 당직자는 “용산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더디면 여당이 용산 몫의 변화와 쇄신까지 두 배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한 대표로서는 그런 노력을 한층 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한계 의원은 독소조항을 배제한 ‘김건희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의 독소조항을 제거해서 받아야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의원도 있다. 그런 방향도 한 번쯤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야당에서 특검을 임명하는 건 공정성 측면에서 맞지 않고 정쟁을 위한 것이지 않느냐.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간곡한 청원을 계속할 수 있는 것 밖에 더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결의 전망을 내놨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강하게 밀어붙이면 너무 야박하지 않겠느냐”라며 “여론을 지켜보고, 야당의 공세도 지켜보는 상황 관리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기보다는 한 대표 측의 의원들과 인사들이 ‘이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정리해야 된다’ ‘특검도 우리가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하면서 점점 발언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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