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후, 그에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별다른 평가 없이 침묵을 택했다. 친한계에선 “아쉬웠다”,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분출했다. 반면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진솔하고 소탈하게”, “진정성을 갖고 말씀하셨다”고 긍정 평가했다.
한 대표는 7일 오전 9시께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후, 곧이어 10시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시작된 시점부터 이날 저녁까지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담화를 두고 야권 등에선 “참담한 담화”라는 등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라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앞서 대통령 담화 전인 지난 5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친한계에선 윤 대통령의 담화가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여론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진정성이 많이 결여된 회견”이라고 이번 담화를 혹평했다. 국민들이 바랐을 “솔직하고 진솔한 사과”가 담화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내용 자체가 다 두루뭉술하게 답변하고 넘어갔는데 국민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명료함이 결여되다 보니까 설득력도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두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것 아닌가. 그 자리에서는 아내보다도 국민을 더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번 담화에서 ‘쇄신’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 인적쇄신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실은) 오히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행정관을 두달 징계 후에 또 다시 복귀시켰지 않았나” 되물으며 “이건 사실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대표가 앞서 담화에 대해 제시한 ‘5대 요구안’과 관련해 “다섯 가지 중에서 제대로 (반영)된 게 한 가지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전날에는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인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음주운전으로 받은 2개월간의 징계가 끝나 업무에 복귀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담화와 관련 “(윤 대통령이)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나에 대해서는 좀 지켜봐야 한다”, “아쉬웠다”고 평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부인인 김 전 대표에 대해 언급한 것과 관련 “‘악마화하고 있다’, ‘아내로부터의 조언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어떡하냐’는 이야기를 하셨다”며 “그것과 아내의 처신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는 것은 상치되지 않나”, “당사자인 대통령께서 본인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전 대표 문제와 관련,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장을 이날 발령한다는 데 대해서도 “마땅히 해야 할 것이 뒤늦게 관철되는 것”이라며 “만시지탄”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국민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소탈하게 설명하셨다”, “여러가지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진솔한 태도로 설명을 주셨다”는 상찬이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담화와 관련 “(대통령이)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께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뚜렷이 밝히셨고 인적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 하는 의사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한 대표의 5대 요구안을 얼마나 받아 들인 것으로 보나’ 묻는 질문에도 “상당 부분 그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국민들께서 기대하셨던 부분에 관해서 소탈하고 진솔하게 설명하고 또 방향성을 제시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 담화가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고 보나’ 묻는 질문엔 “저는 제 입장을 말씀을 드렸고 그 대한 평가는 국민들께서 하실 것”이라고만 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지키기에 골몰했다’는 야권의 평가에 대해선 “우리 정부여당의 하는 일에 관해서 어느 한 순간 한 마디도 긍정적 평가를 한 적이 없는 그런 야당이다”라고 외려 날을 세웠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하실 수 있는 수준에서는 최대한 사과도 하고 설명도 하고 국민께 이해도 구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향후의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도 밝힌 것”이라고 담화를 긍정 평가했다. 그는 특히 ‘사과가 충분했나’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이 이상 어떻게 더 사과를 할 수 있겠나. 또 이 이상 어떻게 더 설명을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영부인 문제 해소, 인적 쇄신 등과 관련 ‘대통령이 당장 하겠다고 한 건 하나도 없다’는 지적에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사과했잖나. 그리고 대외 활동 중단했지 않았나”라며 “그리고 인적 쇄신은 어차피 인사 검증을 해서 한참 걸리는 일”이라고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한 대표의 요구안이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한 대표가 요구한 건 왜 안 하느냐’ 하니까, 그러면 또 거꾸로 한 대표가 체크한 내용은 다 해야 된다면 이제 국정은 한동훈 대표가 수행하는 건가, 그건 또 아니잖나”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돼온 이번 담화에 대해 친윤계와 친한계 간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면서, 아직 담화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 대표 측의 이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추 원내대표는 ‘담화 관련 입장에 대해 한 대표 측과 상의한 게 있나’ 묻는 질문에 “여러분께서 원내대표의 입장을 자꾸 궁금해 하셔서 제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기자들이) 당 대표하고 상의한 걸 요구했으면 상의하든지 했을 텐데, 일단 제 입장을 얘기했다”고 했다. 앞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사이에선 당정소통 과정에서의 ‘한동훈 패싱론’ 등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면담 결정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담화 진행 의견을 전달’하는 등 역할을 했다고 본인이 직접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해 한 대표는 해당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말해 패싱론이 불거졌다.
한 대표는 당일 ‘대통령실이 당정 소통의 중심에 추 원내대표가 있다고 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약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착각이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한 대표 측 요구안인 특감 임명과 관련 ‘국회에서 추천하면 임명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는데, 막상 국회에선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가 ‘특감 추천 진행’을 요구한 한 대표에게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절차 진행을 막아선 바 있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특감 추천과 관련해선 “의원들의 뜻을 모아가면서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반면 친한계 측은 “(대통령 답변에) 진정성이 있다면 추 원내대표가 그걸 방어할 이유가 없잖나”라며 “만약에 특감에 진짜 반대하지 않는다면 원내대표도 빨리 특감 인사를 추천해서 국회에 통과시키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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