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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에 투자하시면 매일 1%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 A씨가 근무 중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이 같은 제안을 들었다.
자신을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 투자업체 관계자라고 소개한 상담원은 주식투자로 인해 입은 손실을 복구할 ‘핫’한 아이템이 있다며 투자를 설득했다.
평소 금융범죄를 비롯한 악성사기 사건 수사에 관심을 갖고 있던 A씨는 투자 사기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우선 속아주는 척하며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전화를 건 상담원이 “주식투자로 손실을 많이 보셨죠”라고 물으면 A씨는 “요즘 같은 하락장에 손실 안 본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응대하는 식이었다.
상담원은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로, 투자금을 예치할 경우 매일 1% 상당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수익금은 즉시 출금이 가능하다”며 “못 믿겠다면 우선 ‘무료 체험 수익’으로 매일 1만 원씩 송금해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은행 계좌번호 등을 알려주면서 투자를 할 것으로 믿게 만들고 수 일 간 통화를 지속하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통장에는 이들이 말한대로 ‘무료 체험 수익’ 1만 원이 한동안 이체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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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했고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사기조직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인천에 있는 사기조직의 사무실을 찾아내 현장을 급습, 일당 16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사기조직 총책 20대 B씨를 포함한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10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 투자 건을 미끼로 50명을 상대로 23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 팀장, 상담원 등 역할을 분담한 뒤 텔레그램으로 사들인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나온 전화번호로 ‘대포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 투자자를 모집했다. 여기에 속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으며, 적게는 300만 원부터 많게는 3억 원까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반에는 투자한 금액에 따른 실제로 수익금을 되돌려주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후 나중에는 이벤트 명목으로 “수익금을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주겠다”는 등의 말로 투자금을 늘릴 것을 권유해 최대한 많은 돈을 끌어모아 잠적하고, 또 다시 다른 곳에 새로운 사무실을 차리는 수법이었다. 그렇게 인천 지역에서 2~3달 간격으로 사무실을 옮겨가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사기),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B씨 등 9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더 나아가 B씨 등이 범행에 사용한 대포 유심 및 개인정보 DB 유통 경로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압수한 대포 유심의 공급로를 추적해 별정 통신사 대리점 6곳에서 외국인 명의의 1980개 대포 유심이 개통된 사실을 확인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저금리 대출 안내 음성 광고를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해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 신용정보, 대출 상황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건당 1만 원을 받고 판매한 콜센터 5곳의 운영자 등 33명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직 형사인 A씨에게 걸려 온 한 통 전화로 시작된 이번 사건 수사로 총 80명이 검거됐고, 이중 13명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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