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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고 임금 체불 빈번’ 유튜브 영상 편집자들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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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진행된 토론회 ‘유튜브 뒤의 프리랜서 노동, 미디어 플랫폼 뒤의 청년 노동’ 현장.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진행된 토론회 ‘유튜브 뒤의 프리랜서 노동, 미디어 플랫폼 뒤의 청년 노동’ 현장.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청년 종사자들이 많은 유튜브 영상 편집자들 대다수가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된 영상에 대해 1분 단위로 돈을 받는 ‘분당 단가’로 낮은 임금 수준이 형성되고,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유튜브 영상 편집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진행된 ‘유튜브 뒤의 프리랜서 노동, 미디어 플랫폼 뒤의 청년 노동’(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청년유니온·사무금융우분투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산업 구조 속 새롭게 탄생한 ‘유튜브 영상 편집자’의 노동 실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수년간 방송산업 구조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미디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다. 기존 방송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미디어 기업들이 유튜브를 제작비 절감과 심의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면서 단기 계약, 건별 계약, 재택근무 등 기존 법 체계로 규정하기 어려운 프리랜서 노동 형태들이 등장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청년유니온은 올해 5월 기준 최근 1년간 개인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MCN과 계약을 맺고 유튜브 영상 콘텐츠 편집 외주를 맡은 경험이 있는 15명의 영상 편집자들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26세, 평균 경력은 약 5년9개월이다. 인터뷰는 2년 이상 경력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했다.

월 평균 수입 145만 원에 계약서 작성 드물어, 임금 체불도 빈번

대부분 청소년·청년인 인터뷰 참여자들 중에는 유튜브 영상 편집자가 삶의 첫 노동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유튜브가 친숙한 공간이고 기존 방송산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영상 편집 일을 선택했다고 했다. 좋아하는 유튜버에 대한 팬심, 지인의 소개 혹은 동업제안, 영상편집에 대한 관심 등의 이유로 일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조회수 등 즉각적인 반응에서 얻는 성취감, 근무시간과 장소의 자율성을 관련 노동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들의 노동 실태는 열악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작성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이유로 계약서 없이 일했다. 참여자 A는 “(계약서를 쓰는지) 물어보면 보통 ‘안 쓰는 게 편하다’는 식으로 둘러댄다”고 말했다. 경력이 많은 참여자들도 계약서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클라이언트 눈치가 보여 작성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B는 “맨날 고통 받으면서도 결국은 안 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후회한다”며 “(계약서를 작성하면) 일이 엎어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계약서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 클라이언트가 중간에 그냥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낮은 소득으로 인해 유튜브 영상 편집자 일의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285명의 영상 편집자 대상으로 진행한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 평균 수입은 145만 원(시급 환산 시 주휴수당을 포함한 법정임금의 85% 수준)에 불과했다.

참여자 C는 “(유튜브 영상 편집을) 본업으로 생각하면 (10점 만점에) 2점일 것 같고, 부업으로 생각하면 5점, 취미로 생각하면 7~8점 정도”라며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답했다. 15명의 영상 편집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송하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은 “영상 편집 업계의 낮은 단가 수준과 체계, 불안정한 임금 수주가 낮은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  7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송하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 사진=윤유경 기자.
▲  7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송하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 사진=윤유경 기자.

영상 편집 업계의 저소득 문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분당 단가’가 지목된다. 송 사무차장은 “유튜브 편집자들이 만드는 영상은 보통 8분에서 10분 정도로 굉장히 짧다. 가령 분당 단가가 1만5000원이면 10분짜리 영상을 만들면 15만 원”이라며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보통 3일 정도가 걸린다. 하루에 5만 원 정도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영상의 가치를 분당 단가로 치환할 수 없고, 노동력 투입 대비 보상이 낮기 때문에 분당 단가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장르와 콘텐츠마다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는 정도가 다른데, 난이도가 높거나 낮은 영상를 다르게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는 설명이다. 유튜버 소속사가 영상 편집자들의 단가를 낮게 설정하며 유튜브 영상 편집 업계의 낮은 단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D는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단가대로 작업하려면, 최소한 최저임금을 넘는 정도의 추산치가 나오려면 손이 굉장히 빨라야 한다”며 “웬만한 사람들 작업 속도로는 현재 단가로서는 최저시급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E는 “유명한 100만 유튜버들도 회사에서 시장의 낮은 단가에 맞추려 하지 올리려 하지 않는다”며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면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으니까 법대로 준다는 게 가능한데, 여기서는 ‘○소속사에서 이렇게 주라고 하던데요?’가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동영상 편집, 촬영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 동영상 편집, 촬영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gettyimagesbank.

임금 체불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F는 “이유없이 깎는 건 많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나 페이 다 못 줄 것 같아’라고 하기도 한다”며 “‘편집자 너네들의 몫이야’, ‘내가 발로 찍어놔도 너는 이렇게 만들어야돼’라면서 정해진 페이를 다 안주거나 늦게 주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신분의 영상 편집자들이 임금체불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송 사무차장은 “임금체불을 당했을 때 유튜브 영상 편집자들에겐 민사소송밖에 답이 없다”며 “15명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은 혼자 전자 민사소송으로 소송을 이어가거나 내용증명을 보낸 경우였고, 대체로 민사소송은 꿈도 못 꾸고 편집을 멈추거나 내 결과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시간·장소 국한된 표면적 자율성, 노동자 보호 회피 용도로 사용”

클라이언트가 무리하게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참여자 E는 “유명해지고 싶고 재미있는 콘텐츠는 찍고싶은데 영상편집을 하나도 할 줄 모르고, 이 일이 사업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영상 편집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일을 맡기니까 결과물 1분당 만 원을 주기로 하고 ‘하늘에 마블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들을 CG로 넣어주세요’라는 식의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거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편집자에게 영상을 맡기는 건 그냥 물건을 사는 것과 같다.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유튜브 편집자를 고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편집자들은 또한 클라이언트의 마음이 바뀌면 바로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고, 반대로 본인이 그만두고 싶어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솔아 일하는시민연구소 정책위원은 “영상 편집자들이 인식하는 자율적 노동이 얼마나 자율적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 해지, 퇴직 자유가 없다는 면에서 계약의 종속성이 높고, 단가 결정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고 대금 지급의 불안정성을 상시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경제적 종속성도 높다. 편집자들이 실제 언급한 자율성은 시간과 장소 선택에 국한된 제한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 정책위원은 “플랫폼은 표면적 자율성을 노동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 보호를 회피하려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에 노동자 보호 책임 물어야…프리랜서 연대 방법 고민도

심순경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인터뷰 참여자 대부분이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아무 기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며 “유튜브 시장은 확대되고 큰 파급력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유튜브 편집자들은 낮은 단가, 갑질 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4대보험 등 사회안전망도 완전히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 조직팀장은 “유튜브 편집자가 산업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생겨난 노동, 청년세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새로운 형태인 만큼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7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심순경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사진=윤유경 기자.
▲ 7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심순경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사진=윤유경 기자.

신 정책위원도 “사용자인 플랫폼이 노동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현재의 관행에 대해 조속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며 “플랫폼에 사용자 책임을 물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 장소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 보호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각의 플랫폼에 각자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권 보호를 위해 연대할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전공 교수는 “유튜브 영상 편집자뿐 아니라 플랫폼 홍보 영상 편집, 디자인 보정 혹은 후작업 등 유사 관련 업종에서의 노동이 많다”며 “어떻게 같이 연대하고, 노동권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준 아무나유니온 대표도 “영상 편집자들이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이 갖고 있는 고유성과 특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들이 중요하다”며 “프리랜서의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매우 많은 자발적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가 집단적 주체로서 발전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성 노조와는 다른, 프리랜서에 딱 맞는 적정 노조를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제작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노동환경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편집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돼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최근 콜센터 노동 쪽 경향성을 보면 AI가 하지 못하는 업무가 과다돼 서비스 노동 업무 강도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직무의 AI 자동화는 결국 기존 노동 수행성에 대한 노동 가격 하락과 직무의 저평가, 업무의 재조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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