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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재판 당사자 권리 보장”…국내 유일 ‘법정통역센터’ 가보니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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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법정통역센터에서 통역인이 영상 재판 통역 지원 부스 안에서 이전 재판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공주경 인턴 기자

“양심에 따라 성실히 통역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허위통역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7일 오후 1시 15분께 서울동부지법 청사 내 법정통역센터 내부. 영상 재판 통역 지원을 위해 설치된 부스에 들어서자 이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부스 안 모니터에는 통역인을 비롯한 판사, 검사, 변호사와 피고인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겨 있었고, 통역인들은 저마다 공소장 번역, 피의사실 확인 등 원활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7월 동부지법에 해당 센터를 개소한 뒤 영상 재판을 통해 원격으로 각 지방법원에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센터에서는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영어 등 4개 외국어 및 수어 통·번역 서비스 제공과 장애인 사법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감수, 재판 양식 감수, 재외국민 가족관계등록사업소 홈페이지 게시 내용 감수 작업 등 사법행정 관련 번역 작업을 수행 중이다.

통역인들은 상대적으로 재판 시간이 짧은 선고기일부터 기본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증인신문까지 모든 순간 빈틈없이 업무에 임하는 중이다. 수어 통역사 임동초씨(29)는 “항상 실수가 없도록 꼼꼼하게 공소장과 피의사실을 확인한다. 두 시간 이상 증인신문을 하는 날은 특히 더 힘들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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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통역센터 통역인의 모습은 각 지방법원 재판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송출된다. 사진은 서울동부지법 중법정의 모습/공주경 인턴 기자

나아가 통역인들은 단순 언어 전달을 넘어 타국과의 문화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말한다. 지난 2012년 국내로 귀화한 베트남어 통역사 박서현씨(36)는 “판사님 앞에서 베트남인 피고인이 팔짱을 끼고 있길래 빼라고 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팔짱을 끼는 것으로 존중을 표현하지만, 한국은 그 반대”라며 “이런 문화 차이를 해소하는 것 또한 저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법정통역센터 수요는 통역인들의 노력에 비례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통역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는 총 156건으로, 개소 직후인 7월 26건에서 지난달 5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수요는 중국어 51건(32.7%), 러시아어 48건(30.8%), 베트남어 27건(17.3%), 영어 25건(16.0%), 수어 5건(3.2%) 등 순으로 많았다.

법원행정처는 내년 중 아랍어, 태국어, 우크라이나어 등 통역 수요가 많은 언어 가운데 1개 언어를 센터 상근 통·번역 지원 언어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각급 법원에서 법정 통·번역을 진행할 소수 언어 통역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센터 상근 통역인 용역 수행 업체를 통해 소수 언어 통역인을 확보하는 등 각급 법원 법정 통·번역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끝으로 통역인들은 법정통역인을 꿈꾸는 예비 통역인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중국어 통역사 홍정인씨(26)는 “통역사는 계속 불만족 속에서 자기 계발을 하는 직업이다. 공소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실제 통용되는 언어가 다르고, 범죄 용어에는 은어가 있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집 근처에 있는 법원에서 방청 경험을 쌓아 재판 절차 및 흐름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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