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안양이 창단 11년만에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1 승격을 확정한 가운데 팀을 이끈 유병훈 감독이 “좀비처럼 쓰러지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유 감독은 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히며 “승격을 상상해왔지만 다이렉트 승격은 꿈도 못 꿨다. 시즌 중반을 지나며 조금 상상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병훈 감독을 비롯해 주장 이창용, 부주장 김동진 선수 등이 함께 참석했다.
앞서 FC안양은 지난 2일 부천FC와의 K리그2 38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해 18승8무9패(승점62)로 우승과 승격을 확정지었다. 창단 11년 만의 첫 1부 리그 진출이다.
리그 막판 3연패를 당하며 위기를 겪던 FC안양은 이어진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4대0 승리를 이끌며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유병훈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 경험 있는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지난 시즌 계약이 끝나는 베테랑들과 함께 착실하게 동계 훈련을 한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9월 15일 김포FC전에서 버저비터로 이길 때 승격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이후 3연패를 끊은 뒤 부산 아이파크를 잡으면서 승격을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FC안양이 1부 리그로 진출하며 FC서울과의 더비 매치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004년 FC안양의 전신인 안양LG가 연고지를 서울로 이동하며 FC서울을 창단, 한순간에 팀을 잃은 안양 팬들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한 게 지금의 FC안양이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1부에서 안양이 서울을 홈으로 불러 경기하는 게 안양 팬들과 시민의 염원이었는데 이룰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도 든다. 1부는 처음 승격하게 돼 항상 도전자의 정신으로 임하겠다. 서울과 한 두 경기가 예상되는데 그토록 원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안방에서 한 경기 정도는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비전을 준비해야 할 선수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팀의 핵심 수비수이자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로 활약한 이창용은 “안양의 역사에 내 이름, 선수들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기쁘다”고 승격 소감을 전하면서도 “서울과 맞대결만 집중하면 긴 시즌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큰 비중을 두고 준비하지는 않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주장 김동진은 “처음에 안양으로 이적할 때 승격이라는 선물을 드린다고 했는데 이룰 수 있어 기쁘고 감격스럽게 생각한다”며 “더비가 있다는 것에 설레고 뛰고 싶다. 우리보다 기다리는 건 최대호 안양시장님과 팬일 것이다. 안양을 위해 또 이기기 위해 동계훈련부터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부족한 지원에 대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1부에 올라가는 만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시급한 건 훈련장 마련으로, 선수들이 오전에 훈련한 뒤 쉴 곳이 없어 카페에 가곤 한다. 그러면 운동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응원해준 안양 팬들에 대해서는 “선수들도 얘기했지만, 안양 팬들은 절대 선수를 욕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창단 이후부터 승격까지 11년이 걸렸지만, 팬들은 20년을 넘게 지켰다. K리그1이 팬들이 있을 자리”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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