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정보통신(IT)기기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가 다섯 달째 흑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6.7%, IT기기 수출은 30.4% 늘면서 경상흑자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가 지난 8월 제시한 연간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내년부터는 경상수지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 1~9월 경상흑자 646.4억弗… 年 전망치 88.5% 달성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9월 흑자 폭 기준으로는 역대 3위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영향으로 적자(-2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5월(89억2000만달러)부터 5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1년째 증가하고 있는 수출이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9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9% 증가한 61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에 반영된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통관 기준)이 전년 동월 대비 36.7% 급증했고, 정보통신(IT)기기는 30.4% 증가했다. 전월 3.7% 감소했던 승용차도 6.4% 증가로 전환됐다. 수출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에 반영된다.
한은은 연말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무역수지가 3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이지만, 무역수지는 수입액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통상 무역수지보다 상품수지 흑자 폭이 더 크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가 730억달러 흑자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면서 “이미 누적 실적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상태이고, 10월 경상수지도 상당 규모의 흑자가 예상돼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646억4000만달러 흑자로, 한은 전망치 730억달러의 88.5% 수준이다.
◇ 한은 “트럼프 당선,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 영향”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경상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그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관세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 관세를, 중국 제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수입제품에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최대 304억달러, 총수출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29~0.67%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도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통상 여건에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수출 여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발표되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향후 우리나라 수출과 경상수지 전망을 공개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수출의 일등공신이었던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신 국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업사이클(상승주기)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품목별로 여건이 차별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첨단 반도체 메모리 수요를 많이 가져간 기업과 조금 늦은 기업 간 영업실적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최근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경상 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원유 등 에너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이 오르면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 국장은 우리나라 제품이 가격보다는 품질로 인정받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경상수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