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된 이후 민간소비가 낮은 증가세에 머물러 있어 ‘민간소비 증가율의 추세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밝혔다.
KDI는 7일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3년 2분기 이후 민간소비는 1% 내외의 낮은 증가세를 지속하며 내수 부진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최근 민간소비의 낮은 증가세에는 단기적 요인 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적 측면이 반영된 ‘중장기적 하락 추세’도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DI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경제성장률(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증가세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KDI는 최근 잠재성장률을 2% 내외로 추정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서 2025~2030년의 잠재성장률은 1%대 중후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경제성장률 성장기여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2000년대 초반에는 노동투입이 경제성장률에 1%포인트(p) 정도를 기여했으나,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에 따라 2030년에는 성장기여도가 0%p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KDI는 명목정부소비 확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소득 증가 요인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소비 확대가 소득을 증가시키면서 민간소비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정부소비 확대 자체를 소득 증가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0년 대비 2022년의 정부소비 확대에 보건부문(29.8%)이 가장 크게 기여했는데, 건강보험료 지출 증가로 이어지며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KDI는 또 다른 민간소비 둔화 요인으로 민간소비 디플레이터(가격)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보다 빠르게 상승한 점을 꼽았다. 민간소비 연평균 가격상승률이 전년 대비 2.4% 오를 때, GDP 연평균 가격 상승률은 2.0%를 기록해 실질민간소비 증가율을 0.4%p 낮췄다. 즉, 우리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격보다 우리가 소비하는 소비재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해 소비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에 비해서 낮은 상승률을 보인 점도 주목했다. KDI에 따르면 수출 가격(0.6%)은 수입 가격(1.9%)에 비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KDI 측은 “만약 교역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더라면 민간소비 디플레이터와 GDP 디플레이터의 상승률이 동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실질민간소비 증가세가 실질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며, 위 요인들을 감안할 때 최근 실질민간소비의 추세적 증가율을 1%대 중반으로 추정했다.
해당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충할 것 ▲정부소비 확대에 신중할 것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하도록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늘거나 적어도 일정해져야 한다”며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하는 게 (민간소비) 하락 추세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미국 관세 인상 가능성에 따른 우리나라 소비 영향에 대해서 “미국이 관세를 올려서 소득여건이 악화되면, 소비 여건도 그에 따라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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