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 판매 시간을 오후 11시까지 연장을 추진하자 판매상들이 반발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판매상들은 체육진흥공단이 판매 시간을 늘리면 매출이 늘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체육진흥공단은 실제로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판매 시간 1시간 연장, 아직 문체부 승인 못 받아
전국복권판매인협회는 지난 6일 오전 11시쯤 공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앞에서 스포츠토토 판매 시간 연장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협회에는 판매상 약 1000명이 가입돼 있고, 시위에는 60여명이 참여했다.
앞서 체육진흥공단은 지난달 초 스포츠토토 판매상들에게 “11월 1일부터 스포츠토토 판매 시간을 오후 11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기존 판매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였는데 1시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판매 시간 연장을 승인받지는 못했다.
복권 판매상들이 판매 시간 연장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처럼 오후 10시까지만 팔고 문을 닫아도 되지만, 이러면 한 시간 더 영업하는 다른 곳에 단골 손님을 뺏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복권 판매상들은 결국 오후 11시까지 매장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로또만 파는 복권 판매점은 오후 9시에 문 닫는데…”
스포츠토토 판매상들은 대부분 판매 시간 연장에 반대한다고 한다. 하진억 전국복권판매인협회 회장은 “스포츠토토는 당첨을 운에 맡기는 게 아니라 각자가 경기를 분석해 결과를 맞추는 것”이라면서 “더 오래 판매한다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복권 가게를 운영 중인 서정호(58)씨는 “로또는 판매 시간이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이지만 오늘 못 사도 내일 사면 그만이어서 로또 매장은 대부분 오후 9시쯤 문을 닫는다”라며 “스포츠토토는 판매 시간 내내 가게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22년 간 복권을 판 김모(52)씨는 “매일 1시간씩 더 일하라는 건 죽으라는 말”이라고 했다.
반면 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 판매 마감 시각을 한 시간 연장하면,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시작하는 미국·유럽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돈을 거는 복권 구입자가 늘어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판매 마감 시각을 연장해 달라는 구매자들 요청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업주들 반발이 거세자 체육진흥공단은 복권판매인협회, 문체부와 함께 논의해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사행성이 있는 스포츠토토 판매 시간을 국민적 논의 없이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인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도박 중독, 불법 도박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스포츠토토만 조용히 판매 시간을 늘리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며 “판매 시간을 1시간 늘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위탁을 받아 스포츠토토코리아가 발행하는 복권이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종목들 경기에서 누가 승리하는지, 경기 결과 스코어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맞추면 당첨금을 받는다. 지난해 스포츠토토 판매액은 6조136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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