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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지지함에도 새 정부의 대규모 적자 가능성과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새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한국의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원화 약세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 대선 개표 흐름에 따라 요동쳤다. 사전 출구 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높게 나타나자 1377원대의 흐름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낮 12시 2분에는 1399.7원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1396원대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399원을 넘어선 것은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환율이 25원 넘게 급등하며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자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서며 환율을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당국은 올 4월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자 즉각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5 선을 넘기도 했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시장의 수혜 등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감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소비 부양, 수입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정책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달러 강세’이며 이 같은 영향이 외환시장에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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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은 미국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기 이전까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이 심리적 저항선인데 만약 뚫릴 경우에 142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달러화 강세 압력이 약화하며 환율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환율 상승세는 과도하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환율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차기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환율 하락 전환 시점과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6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던 수출이 -0.4% 역성장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반면 물가는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된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 반면 한국은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며 “수출 부진과 완화적인 통화정책 분위기로 인해 원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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