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서울 서초구와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km 이내 지역 4곳에 5만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신규택지 후보지가 발표됐다. 이는 지난 8.8 주택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발표된 후보지 대부분이 현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주택 공급 의지는 이해하지만, 주택 물량 부족 현상을 당장 해결하는 것은 아니며, 그린벨트 해제가 투기 우려와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서울과 경기도 ‘그린벨트’ 지역이 절대다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서울 및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공개했다. 신규 주택이 들어설 후보지로는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가구)와 경기도의 △고양 대곡역세권(9,0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총 4개 지구다.
해당 택지 후보지의 총면적은 689만㎡(208만 평)이며, 그중 의왕 오전·왕곡의 그린벨트 비율만이 유일하게 80%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지역들의 그린벨트 비율은 △서울 서리풀 99.9% △고양 대곡역세권 99.9% △의정부 용현 98.1%로, 압도적인 그린벨트 비중을 보였다.
이번 신규 택지 발표를 두고 국토부 측은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과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발생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으로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이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을 조성해 수도권 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신규 택지들은 지구 지정 전 보상 조사 착수, 지구 계획 수립 조기화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한다.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9년 첫 분양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주택 공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라고 국토부 측은 밝혔다.
◇ 정부의 주택공급 의지 재확인…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이번 정부의 발표를 두고 일각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의 주택공급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는 입장과, 아예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발표된 신규 택지들을 두고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인접 10km 내 생활권에 도심 접근성이 양호한 택지를 공급한다는 면에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강남권 내 세곡, 갈현동 및 하남시 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바랐던 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벗어난 입지다”고 판단했다.
또한 함 랩장은 “장기적 주택공급 신호와 양질의 택지확보란 장점이 있지만, 자체별 특화계획이나 주변 연계개발을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거나 지구지정 및 지구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택지보상 등을 고려하면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측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며 그린벨트 해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서울 강남수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의 최근 5년간 ‘지분매매’가 전체 거래의 47.3%로 거의 절반이며,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 가운데 투기가 의심되는 이상 거래들이 다수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해제지로 포함된 내곡동 그린벨트만 따로 분류해서 살펴본 결과,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 1,249건 가운데 최근 10년 내 거래가 493건으로 전체의 39%에 이른다”며 “최근 5년간 거래 내역 전체 128건 가운데 지분 단위 거래가 57건으로 전체 거래의 45%인 절반 가까이가 ‘지분 쪼개기’로 매매됐다”고 전했다.
경실련 측은 “미래세대들에게 전해야 할 중요한 보존자산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요리해 판매하는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다”며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지 발표를 즉각 철회하고, 집값 안정 효과 없이 오히려 집값 상승, 투기 우려 등 여러 부작용만 불러일으키는 그린벨트 해제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6일 참여연대 측은 “정부는 기존 공급 계획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할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신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서울·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데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진보당 또한 6일 정책 논평을 통해 “지난 시기 서울 △마곡 △위례, 경기도 △과천 △판교 등의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해제는 집값 안정은커녕 오히려 주변 시세가 치솟고 투기 세력들과 민간 건설사만 떼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이어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인천 계양 △하남 교산의 미착공 물량은 3만9,841가구로 이 중 1만906호는 지난 2021년 12월 승인 후 2년 6개월이 넘도록 착공에 나서지 못했다”며 “기존 공급 계획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택지를 공급해도 집값을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투기적 거래 수요 억제를 위해 세제와 대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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