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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전쟁’으로 남기기 위한 노력…KWO, 6·25전쟁 아카이브 사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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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2층에 문을 연 ‘6·25전쟁 아카이브 센터’ /손영은 인턴기자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6·25전쟁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발표되면서 3년이 넘게 진행된 길었던 전쟁이 정전에 들어갔다. 6·25전쟁은 남북한을 비롯해 참전국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전투지원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 등 총 22개국에서 6·25전쟁 참전 인원은 195만7816명에 달했다. 이 중 미국은 178만9000명으로 최다 인원이 참전했다. 정전을 하기까지 6·25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 전사자 3만7902명, 부상자 10만3460명, 실종자 3950명, 포로 5817명 등 총 15만1129명이라는 전쟁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6·25전쟁은 약 80개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국제전이며 UN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집단안보체제가 실현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의 전쟁이지만 정전 70여년이 지난 최근엔 잊혀져 가는 전쟁이 되고 있다. 6·25전쟁에 대한 자료를 장기적·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자료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었고, 각각의 개별기관들의 단기적, 파편적인 자료수집에 그쳤다. 특히 관리부실로 인한 자료의 망실과 훼손이 빈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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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2층 6·25전쟁 아카이브 센터에 관람객들이 전시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손영은 인턴기자

그러나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다. 망실됐던 기록들, 이름 없는 전사자들의 유해와 유품들이 잇따라 발견·발굴되면서 전쟁기념사업회(KWO)가 ‘기억해야만 할 전쟁’으로 재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KWO는 전쟁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기록을 집대성하고, 전 세계의 연구자와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6·25전쟁 아카이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WO는 2022년 12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2층에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를 개관하고 ‘하나의 사건, 모두의 기억’을 주제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KWO의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현재 미국 등 유엔 참전국과 러시아·중국·폴란드 등에서 6만여점의 6·25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6·25전쟁 관련 도서 뿐만 아니라 6·25전쟁 시기 신문과 전투자료를 비롯해 육·해·공군, 국군심리전단, 등의 희귀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영상과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미디어 부스도 마련돼 있다.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누구나 방문해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전쟁·군사 소재의 다양한 전시·체험·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KWO는 정전회담회의록 한국어 번역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본회담 회의록(1·2권)과 분과위원회 회의록(3·4·5권)을 발간했다.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원본은 회담 당시 유엔군이 작성해 미국이 보관한 유일본으로, 영어로만 작성돼 정전 70년이 지나도록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정전회담회의록은 모든 대화가 실시간으로 기록돼,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해도 좋을 정도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전력 증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본회담 후반부로 갈수록 격렬해지는 공산군 측의 발화가 흥미롭다. 사업회는 참모장교회의록(6·7·8권)과 연락장교회의록(9·10권)도 우리말로 번역해 발간할 예정이다.

또 6·25전쟁 참전 생존 유공자 4만여 명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구술영상 아카이브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참전용사 등 총 20명을 면담해 그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공식자료에는 나타나지 않는, 전쟁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기록으로 남겨 문헌자료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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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내 6·25전쟁 아카이브 센터에 마련된 ‘구술영상 아카이브’ /손영은 인턴기자

아카이브센터의 효율적인 자료수집을 위해 KWO는 전 세계의 6·25전쟁과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KWO 국제자문위원단’을 운영 중이다. 현재 위촉된 자문위원은 총 18개국의 37명에 달한다. 이들은 참전국 주재 국방무관과 주한참전국대사관 등을 통해 추천받은 전문가들로, 6·25전쟁 및 한국 관련 현지자료를 수집해 전달하고 관련 사업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다. 현지 전문가들을 통해 국내 학자들이 존재조차 몰랐거나 접근하기 힘들었던 현지자료, 참전용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KWO는 기대하고 있다.

KWO는 오는 29일 오전에 전쟁기념관에서 ‘국제자문위원단 출범의 의의와 전망’을 주제로 제1회 KWO 국제자문회의를 열고 자문위원들이 그간 수집한 자료의 중요성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표 후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토론할 예정이다. 국내외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어-영어 동시통역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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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일러스트 잡지 크로코딜(Krokodil). 크로코딜은 1922년 창간돼 소련이 해체된 1999년까지 발간됐던 소련 유일의 풍자 일러스트 잡지다. 6·25전쟁 아카이브센터는 195년~1953년 전쟁기간 발간된 크로코딜 잡지 전량(108부)을 실물로 수집했다. 당시 소련이 6·25전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를 정당화했는지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손영은 인턴기자

30일에는 자문위원들을 위한 6·25전쟁 전적지 순례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자문위원들의 6·25전쟁 이해도를 높인다. 전쟁기념관 학예사들과 함께 파주의 6·25전쟁납북자기념관, 평화누리공원, 캠프 그리브스,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KWO 관계자는 “KWO 국제자문회의는 각국의 전쟁·군사 전문가들이 현실에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로, 전문가들의 교류는 각국 정부와 학계, 관련 기관들 간의 협력이 증진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6·25전쟁 관련 자료를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6·25전쟁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KWO 국제자문회의가 글로벌 협력의 초석이 되기를, 더 나아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공공외교의 주요 플랫폼으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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