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업황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 포스코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 파업에 이어 노사간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업황 호조, 부진에 상관 없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 노사간 이견이 좁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10월 30일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한 이후 노사 갈등이 더욱 커졌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10월 30일 울산조선소에서 10여동의 천막을 설치하려는 노조와 사측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10명 안팎의 노사 직원들이 다쳐 119, 사내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사 충돌은 쌍방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사측은 노조 간부, 조합원 등 20여명을 특수상해,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노조는 사측 경비대원 등 10여명을 폭행, 공동상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사측은 노조가 천막을 설치하며 공장 내 물류거점 도로를 불법 점거하려 했다고 전했다. 울산조선소 내 4안벽 인근에 위치한 해당 도로는 사외 협력사에서 기자재 납품을 위해 하루 수백대가량의 차량이 출입해 이곳을 점거할 경우 물류가 막혀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어 불법 점거 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관계자는 “노조가 사내 물류거점 도로에 천막을 설치하며 불법 점거를 시도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빚어졌다”며 “다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조총연맹 울산본부 등 노동단체들은 10월 5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는 조합원들에게 경비대는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며 “현대중공업 경비대는 즉시 해산하라”고 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임단협 교섭은 난항이 지속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6월 4일 상견례 이후 최근까지 2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섭이 난항을 겪자 노조는 올해 8월 28일 첫 부분 파업에 돌입한 후 11월 5일까지 총 23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주 매일 7시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 호황기를 맞아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등을 담은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했다.
이에 사측은 9월 25일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30만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을 2차 제시안으로 내놨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임단협 마무리를 위해 노사간 입장 차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노조 역시 파업이 아닌 대화를 통한 교섭 마무리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업 불황 여파로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한 영업이익에도 노조에 기본급 8만원 인상, 출산장려금 증액(첫째300만원, 둘째 700만원, 셋째 1000만원) 격려금 600만원, 복지포인트 연간 150만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포스코 노사는 10월 31일까지 10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포스코 노조는 11월 6일까지 사측의 제시안을 기다릴 계획이다. 이날까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측 제시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7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 결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조성, 자사주 25주 지급,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교섭 조기 마무리를 위해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7.4% 줄어든 현대제철 노사의 경우 9월 12일 상견례 이후 12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10월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찬성률 90% 이상을 얻은 뒤 11월 5일 당진제철소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는 2023년 역대급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측은 철강업계 불황에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철강업계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산업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 역시 노사 갈등 장기화가 조선업 호황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울산상공회의소는 10월 성명서를 내고 “조선업이 기나긴 불황을 극복하고 모처럼 회복기에 접어들며 호황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 교섭 장기화는 울산경제 재도약에 힘을 보태주길 바랐던 울산시민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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